몇 번씩 기워신은 양말·구멍난 유아용 바지도
정부 “행정력 낭비 말라”
북한이 대북전단에 반발해 남측으로 살포한 오물풍선에 담긴 퇴비 등 물질에서 기생충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이 지난 5월28일부터 4차례 살포한 오물풍선을 분석한 결과 오물 내 포함된 토양에서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북한의 생활실태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기획성 쓰레기’가 다수였고,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 표기가 붙어있기도 했다.
정부는 24일 지난달 28일부터 4차례 살포한 오물풍선 내용물을 관계기관과 함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오물 내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정부는 “토양에서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이 기생충들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고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된다고 한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 살포된 토양은 소량으로, 우리 군 등에서 수거.관리해 살포 오물로 인한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물풍선 내에는 생활실태가 노출되는 일반 ‘생활 쓰레기’보다는, 일정한 크기로 자른 폐 종이·비닐·자투리 천 등 살포 목적의 ‘기획성 쓰레기’가 다수였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하려 한 흔적도 보였다.
그럼에도 몇 번씩 기워 신은 양말, 옷감을 덧대어 만든 티셔츠, 구멍난 유아용 바지 등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도 포착됐다.
또한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 온 업체의 브랜드천 조각도 포함됐다. 넥타이, 청자켓 등을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했다. 정부는 “한국산 물품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물 중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와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 등이 적혀있는 문건 표지도 발견됐다.
오물 중에는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와 미키마우스 캐릭터,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도 포함돼있었다. 스키니진과 같은 청바지 등 북한이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금지물품으로 규정한 품목도 식별됐다.
구영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최근에도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오물살포 재개를 예고했는데, 북한 주민들도 부끄러워 할 저급하고 기괴한 오물 살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 당국은 해서는 안 될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주민들의 민생을 우선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