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세계유산위에서 반대 안하기로
日, 2015년 등재된 군함도 약속 불이행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전망이다. 사도광산에는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어려운 과정 끝에 가까스로 한일간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약 24시간 안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일간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을 고려해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최종 등재 결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며 등재에 동의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도광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 위원국 중 ‘기권’을 선언한 국가를 제외하고 투표 참여국 중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등재를 결정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관례적으로 컨센서스(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위원국 중 어느 누구라도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경우 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는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에 세계유산위원회의 관행과도 어긋나는 데다 양국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문가 자문기구(ICOMOS·이코모스)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보류 권고를 내리면서 유산 경계획정과 일부 유산의 완충지대 설정, 상업적 채굴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대한 보완을 지시했다.
특히 이코모스는 “광산 개발 기간에 걸친 지정 유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국제, 국내 및 지역 청중을 대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요구했던 사항이다.
일본 정부는 3가지 핵심 권고사항을 모두 수용하면서 전체 역사를 반영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하시마) 탄광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한 일본이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아 논란이 된 전례가 있다. 이번 사도광산에 대한 일본의 공약을 국내 여론이 수용·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앞서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인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시와는 달리 일본의 이행 약속만 받은 게 아니라 이행의 구체적 내용 합의하고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