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4차례 지원…2011·12년 北측 거부
“모든 방식의 협의 가능…비상식량·의약품 등 검토”
北평북·자강·양강도 수해…김정은, 직접 현지지도
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정부가 지난달 말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이재민들에게 인도적 지원할 의사를 전하고 북측의 답변을 요청했다. 남한이 북한의 수해피해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한 것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신의주 등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며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북한에서 수해가 발생해 남한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사례는 총 4차례로, 2005년 구호물품(2억원), 2006년과 2007년 쌀·구호물품·자재장비(각각 800억원·423억원), 2010년 쌀·컵라면·시멘트(72억원)이 있다. 북한은 1984년 남한에 수해에 따른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적 있다.
2011년에도 북측에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응답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고, 2012년에는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혀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이번 제안은 대한적십자사 명의로 언론 발표 형식을 통해 이뤄졌다. 통상 이산가족 상봉, 수해 긴급지원 등 인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남북 적십자사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
다만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이 집행되기 때문에 이번 제의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에서 답이 오면 이재민들에게 긴급하게 필요한 비상식량, 의약품 등 물자 중심으로 우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의 응답이 올 경우 남북 간 협의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면 협의, 서면협의, 재외공관을 통한 제3국에서의 협의 등 모든 방식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한 후인 2022년 5월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해서 실무접촉을 제의했으나, 북측에서 응답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이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수해지역들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 |
북한은 지난달 27일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강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자강도, 양강도에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피해규모는 신의주와 의주 섬 지역에만 주택 4100여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를 비롯해 공공건물, 도로, 철길 등이 침수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명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통일부는 “상당한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8일 압록강 연안 일부 지역들을 ‘특급재해비상지역’으로 지정하고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또한 김 위원장은 29일부터 3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신의주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킨 대상들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며 리태섭 사회안전상과 강봉훈 자강도 당 책임비서를 경질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자, 수해 관련 회의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