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단체 불참에 사상초유 ‘반쪽 광복절’ 우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8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임식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야당과 독립운동단체들이 불참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사상초유의 ‘반쪽 광복절 경축식’이라는 참사가 우려된다.
광복회를 비롯한 독립운동단체들이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고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광복절 경축식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김 관장은 취임 일성으로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겠다’고 했다”며 “이런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가 도움이 됐다’, ‘일제시대에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臣民)이었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독립기념관장이 될 수 있나”라면서 “윤 대통령은 김 관장과 동일한 역사관을 가진 것인지,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김 관장 임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앞서 독립유공단체의 맏형격인 광복회와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이미 김 관장 사퇴를 압박하며 별도의 광복절 행사를 갖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광복회는 오는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거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광복회는 기념식을 가진 뒤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일제 강점이 불법적이었고 무효였음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임을 확인해달라는 공식 질의서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항단연 역시 소속 단체장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광복절 경축식 초청장을 받았지만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광복절 계기 윤 대통령 초청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광복회와 항단연은 광복절 기념행사를 함께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이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경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둘로 쪼개져 진행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김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어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관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향한 ‘뉴라이트 비판’에 대해 “뉴라이트라는 개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기로는 과거 학생운동권에서 열심히 활동하다 지금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지칭하는 것 같고,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식민지 지배에 동조하는 입장을 펼친 분들을 말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내가 뉴라이트라는 얘기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고 항변했다.
다만 식민지근대화론과 함께 1948년 건국론, 이승만 재평가 주장 등을 통상 뉴라이트사관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김 관장을 향한 뉴라이트 비판을 억울하다고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작년 12월 한 행사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데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광복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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