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거리…광화문광장…
무선 헤드폰 쓰고 춤판
강한비트 소음걱정도 끝
새해 문화코드로 급부상
어르신이 본다면 저 “젊은이들 뭐하나” 할지도 모르겠다. 주변은 조용한데,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추는 청년들이다. 무선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강한 비트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일런트디스코(Silent disco)족’이 점차 늘면서 새해 거리와 캠퍼스의 풍속도를 새로 그릴 전망이다.사일런트디스코족은 소음으로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출 뿐이다. 광화문 광장도 인사동 거리도 이들에겐 홍대 클럽과 진배없다. 보이지 않는 ‘무선연대의 끈’이 젊은이에겐 매력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사일런트디스코가 2011년에도 전국 곳곳을 찾아가 젊은이의 새 문화코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일부 대학가와 디지털 유통가에서도 문화행사 때 사일런트디스코 이벤트를 검토 중이다.
새로운 길거리 문화로 주목받고 있는 ‘사일런트디스코’는 무선 헤드폰을 통해 송출되는 DJ의 음악에 맞추어 장소에 상관없이 춤을 추며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놀이문화다. 아일랜드의 ‘Oxegen Festival’, 영국의 ‘Glastonbury’ 등 해외 유명 축제에서 시작된 사일런트디스코는 국내 문화기획기업 ‘상상공장’을 통해 지난해 7월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홍대 등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장소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 삼청동, 인사동 등에서도 춤판이 벌어졌다. 지난 7월 이후 총 14회 사일런트디스코 행사가 열렸고 참여 인원도 2000여명에 달한다. 1회에 평균 참석자는 100명이지만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700여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든다.
사일런트디스코가 일부 젊은이만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여름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행사의 경우 초등학생부터 60세 이상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해 춤을 췄다.
상상공장 이경모(29) 사일런트디스코 팀장은 “주로 20대가 대부분이지만 10대부터 30대 이상까지 참가 연령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의 반응도 뜨겁다. 천윤기(25ㆍ대학생) 씨는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색다른 취미를 즐긴다는 것에 희열이 느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교감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2011년에도 사일런트디스코는 전국 곳곳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팀장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결핍으로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건전한 일탈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일런트디스코에 참여하고 있다”며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건전한 일탈을 시도해보라”고 권유했다.
박수진 기자ㆍ윤보람 태효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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