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가 성희롱을 하려는 의도를 가져야만 성희롱으로 성립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희롱 행위자가 스스로는 성희롱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피해자는 성희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행위자의 성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성희롱, 모르고 당하셨나요? 알고도 참으셨나요?’란 제목의 성희롱 예방 지침서를 공개했다.
지침서는 신체적ㆍ언어적ㆍ시각적 성희롱 사례를 그림, 만화, 삽화 등을 이용해 소개하는 한편 실제 성희롱 권고 사례와 함께 성희롱을 당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는 요령도 적시했다.
국가인권위법상 성립되는 성희롱 사례를 보면 성희롱이 반드시 근무시간 내 혹은 직장 내에서 발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누는 만남이나 직장 내 회식, 출장 업무 시, 상급자와 밤늦은 통화 때도 성희롱이 성립한다. 또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성적 농담도 ‘성적 굴욕감을 주고 거부감을 주는 환경’을 조성했다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
지침서는 이러한 해당 사례로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퇴폐영업장소에서 회식, “콜라에 약 타서 한 번 해볼까? 몸매도 끝장이지 않냐?” “줘야 먹지, 강제로 먹을 순 없지 않나” 등 직장 동료한테서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성적 언동 등을 들었다. 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직장 상사의 일방적인 애정 표시는 물론 성적 요구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채용이나 배치, 승진, 임금ㆍ제반수당, 퇴직ㆍ해고 등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 동성 간 또는 여성이 남성에게 한 성적 언동도 성희롱이다.
이밖에 성희롱 주체의 성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피해자 관점을 토대로 성희롱 성립이 판단되며, 피해자가 현장에서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으나 점차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때도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다고 지침서는 전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가해자에게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면으로 성희롱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e-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거부 의사를 증거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