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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마다 차 트렁크서 잠자는 여자
상처를 극복하는 독특한 방법...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작 <트렁커>(뿔, 2010)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상처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트렁커’란 제목을 보고 트렁크를 잘못 표기한 줄 알았다. 누구나 원하는 자기만의 공간인 집을 놔두고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라니,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주인공 ‘이온두’는 고아로 자라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로 유모차 판매사원으로 유모차를 사랑한다. 언제부턴가 사실보다는 거짓말에 익숙하니 사회성이 좋을리 없다. 밤마다 공터에 주차된 자동차의 트렁크에서 잠을 잔다.  어느 날 온두 앞에 ‘름’이 나탄난다. 그 역시 트렁커였다. 매일 밤마다 공터에서 나란히 잠드는 것이다. 름과 온두는 조금씩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름은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들이었다. 형제들과 달리 나약하고 섬세해 화를 불러왔고 아버지의 폭력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큰 형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목을 매고 자살한다.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름에게 돌렸고 름은 독립했지만 트렁커가 되었다.


 온두에게 지나온 삶은 상처가 전부였다. 자신을 보호하려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날을 세우고 강해져야 했다.  자동차에서 약을 먹고 동반자살한 부모님이 어린 딸에게도 약을 먹이려 했던 환상만이 자신이 기억하는 전부다. 기억을 찾으려 했지만 스스로 거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상처를 담담하게 열어놓은 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름을 통해 온두는 서서히 상처를 치유받고 있었던 것이다. 가슴 깊은 속에 가둬둔 고통과 슬픔을 털어내고 있었다.


 “사람이나 건물이나 몸과 마음이 기우는 쪽이 있어요. 그 끌림이 사랑일 때도 있고, 증오나 분노일 때도 있죠. 무너질 것들은 서둘러 무너져라, 그것이 내 생각입니다. 다른 밸런시스트들과 생각이 다르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p. 234


 름의 말처럼 마음이 기우는 대로, 쏟아낼 수 있다면 쏟아내야 한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바라봐 줄 누군가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누구나 갖고 있을 트렁커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면 삶은 힘들지 않을 것이다. 온두와 름이 서로에게 그렇듯 말이다. 상처와 치유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는 트렁커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소설이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상처주고, 상처받고, 상처를 극복하는 일의 연속일지 모른다.’ p. 259  작가의 말처럼 존재의 이유가 상처받고 상처를 극복하는 연속이라면 과감하게 상처를 받아들이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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