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같은 날 이 학교의 또 다른 교실. 학생들이 율동에 맞춰 영어를 익히기에 바빴다. 노래와 율동을 통해 영어 구문를 공부하는 방과후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4학년 이모(11) 양은 “다양한 몸짓으로 영어를 익히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면서 “친한 언니, 동생과 함께 배우니 집중이 더 잘 된다”며 웃었다.
‘사교육 특구’ 강남 한복판의 한 초등학교가 ‘사교육 벗어나기’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반원초등학교다. 2009년 6월만 해도 1800여명 재학생 전원이 사교육을 받으며 한달 무려 15억원이나 사교육시장에 뿌렸던 학교다.
특히 당시 3~4개 이상의 사교육이나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 수도 61%나 됐다. 그러다 보니 학교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위기를 느낀 손현수 교감은“ 학교 교육이 늘 사교육 학원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방과후학교의 질을 끌어올려 학생들을 유도해 사교육의‘ 거품’을 빼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사교육 없는 학교’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을 설득할 장벽이 너무나 높았다. 그래서 학교도 묘안을 짜냈다.
▶수업의 질 향샹 위해 타교 교사까지 초빙=일단 반원초는 학교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주목했다. 반원초가 실시한 것은 ‘명인수업 연수’.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방적 방식의 연수가 아닌, 연수 강사가 실제 수업을 진행하고 반원초 교사가 학생의 입장이 돼 수업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연수가 진행됐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한희숙 서울 북가좌초 교사를 초빙해 진행한 ‘마음을 열고 몸을 깨워서 창의적으로 소통하는 국어수업’ 연수에서는 직접 교사가 학생을 대신해 토론을 벌이고 발표를 했다.
▶‘흥미위주’의 특기적성 수업 인기=여느 초교와 마찬가지로 반원초도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교과과정보다 예체능 등 특기적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었다. 축구교실에서는 선수 출신 등 국내 유명 축구클럽의 지도강사를 초빙했고, 인라인교실의 경우 아예 학교 한 편에 마련한 다목적실에 인라인 트랙을 까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음악의 경우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단소, 가야금,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사교육보다 저렴하게 배울 수 있게 했다.
임창균 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체육 사교육은 월 10만원이 넘는데, 우리학교는 3만6000원만 내면 되는데다 재미와 동시에 급우나 선후배끼리 사회성도 기를 수 있어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준별 맞춤형 교육= ‘방과후학교’의 경우 수준별로 수업을 가르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저녁 수학반’은 직접 학교 선생님이 가르치는 양질의 수업으로 학부모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학년에 따라 수준별로 4개 그룹으로 나눠 기본 교재를 가지고 꼼꼼히 교사가 수업한다. 수강생이 3명이라도 수업엔 열기가 넘친다. 국어의 경우도 일반 학교수업에서는 제대로 하기 어려운 논술이나 토론 등을 교사가 직접 만든 교재로 가르친다. 강좌당 수강생도 10명으로 제한하고, 수업도 80분 이상 배정해 실제 토론ㆍ논술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처음 조사 이후 1년이 지난 지난해 6월 반원초 조사 결과, 전교생의 한 달 평균 사교육비는 약 9억원으로 40% 가량 줄어들었다. 학생 참여비율도 56%에서 88%로 뛰어올랐다. 10명 중 9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것이다. 손 교감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 연인원만 2000여명이어서 거의 전교생이 수업을 받는 셈”이라며 학교의 사교육 벗어나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학부모의 반응은 아직까지 반반이다. 방과후학교 등 각종 프로그램이 학부모로부터 ‘사교육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사진설명=음악 관련 방과후학교를 수강하고 있는 서울 반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교내 대강당에서 열린 음악발표회에서 합주하고 있다.‘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강남지역 한복판에 위치한 반원초는 충실한 방과후학교 교육으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모범사례로 꼽혔다. ［사진제공=반원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