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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환 현대자동차 차장,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첫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현대자동차 임용환(50ㆍ사진)차장을 선정했다. 임 차장은 전주공장 상용소재부 차장으로 주조연구와 업무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1977년 4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올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35년째를 맞는 데 이 시점에 의미 있는 상을 수상하게 돼 더욱 감회가 새롭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2남 3녀 가운데 장남이었던 임 차장은 시골에서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낸 후 대구직업전문학교(現 한국폴리텍Ⅵ대학)에 입학했다. “당시에 누구도 제게 기술을 배우라고 권하거나 강요하진 않았어요. 어렸지만 사회 분위기도 그랬고 ‘기술이 미래다’란 생각이 들어서 너무 당연하게 직업전문학교를 선택하게 됐죠. 크게 고민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임 차장과 기술과의 인연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맺어졌다. 무난하게 대구직업전문학교(현재 한국폴리텍Ⅵ대학)를 마친 그는 졸업 직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조직생활이 만만치가 않았다. 5년차 어느 날 견디다 못한 그는 사표를 낼 각오로 14박 15일간 강원도 설악산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힘에 부쳤던 것 같아요. 산에 들어가 머리를 식히고 돌아와 사표를 내려고 출근했는데 상사가 아무 말도 없이 일감을 잔뜩 주시는 겁니다. 주머니에 넣어뒀던 사표는 꺼내지도 못하고 바로 휴지통에 버려졌죠. 그 날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일에 매진했습니다.” 그가 생각해도 철없던 때였다. 

임 차장은 입사 이후 줄곧 생산하는 업무만 하다가 1980년대 초반 당시 현대자동차가 현대만의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 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엔진 등 각종 부품 개발 업무를 맡게 됐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기술 개발을 위한 외국 출장도 잦아졌다. “우리끼린 해외 출장을 ‘도둑질’하러 간다고 했어요. 보통 5명 정도가 한 팀이 돼 가는데 견학을 하면서 현장에 있는 작업 기술백서를 우리 끼리 만의 무언의 눈짓으로 각자 순식간에 외워옵니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서로 외워온 걸 짜 맞춰 몇 장의 도면을 그려냅니다. 그러면서 얼마나 큰 짜릿함과 쾌감을 느꼈는지 몰라요.”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깨너머 해외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실험하고 부딪히며 부품을 만들어왔다.

한 4~5년간은 개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주중엔 집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토요일 밤에 퇴근한 적도 많았다. 한창때는 이렇게 꼬박 6일을 겨우 2~3시간씩만 자고 회사에서 개발 작업에 몰입했다. “그땐 힘든 줄도 모르고 했어요. 내 일이라고 생각했고 재미도 있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직류전기를 이용한 함침장치’ 등 특허도 3개나 따냈다. 주조기능사(1976년)에서 주조기능장(1995년)에 이어 박사학위에 버금간다는 금속가공기술사(1996년)에 이르기까지 각종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2002년에는 기능인 최고의 영예라는 주조분야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 스스로를 점검하는 의미였어요. 계속 한 직장에서 한 가지 일만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안주하고 싶을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걸 스스로 극복하고 싶은 노력이었습니다.”

그에겐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기업 목표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 현장의 품질 및 생산 기반기술 향상을 위하여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을 발휘할 기회를 갖고 싶은 것이다. 지난 5년간 틈틈이 외국어도 배우는 등 준비도 열심히 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제가 하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지금껏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더 큰 시장에서 새로운 걸 배우며 풀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현대자동차는 세계 TOP-3에 진입할 것이란 믿음과 확신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있을 것이고요.”

기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런 그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우리는 매일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지만 그 고마움을 잘 모르잖아요. 현재 우리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그 깊숙한 곳에는 오랜 시간 기능인들이 만들어온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한번 되돌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임 차장은 기능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내에서는 후배 기능장이나 기술사를 배출해내기 위해 개인 시간을 할애해 정기적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고질적인 품질문제 및 생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체에 기술 지도도 나간다. 2009년에는 대한적십자로부터 헌혈을 50회 이상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헌혈 유공자 금장’을 받았다. 15년간 꾸준히 헌혈을 해온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나눠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헌혈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장기기증과 관련한 계몽 운동은 물론 대한민국 기능발전을 위해 후배양성, 중소기업 교육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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