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도지사직 상실·박진 의원직 유지…핵심쟁점 판단 왜 달랐나
이광재소공동 호텔서 박연차 만나
예약손님 단 2명 증거 포착
박진
“화장실앞서 돈받았다”
왕래 빈번 금품수수 어려워
‘데드(Dead) 혹은 얼라이브(Alive)’를 가른 건 어찌 보면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충격파는 만만치 않게 됐다.
대법원이 지난 2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과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광재 씨는 야인(野人)이 됐고, 박진 씨는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똑같이 호텔에서 박연차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가 있었던 이 씨와 박 의원의 희비는 이렇게 엇갈렸다.
이 씨는 4개 혐의 가운데 ‘롯데호텔 식당에서 5만달러 수수’ 대목은 인정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렇게 되면 당선 무효형까지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박 의원의 혐의 가운데 신라호텔에서 돈을 받은 부분이 1심에서 유죄였지만, 2심에선 무죄가 된 걸 미뤄볼 때 더욱 그랬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박 전 회장을 만난 곳이 ‘VIP클럽’이냐, ‘화장실 앞’이냐가 결정타였다. 이 씨는 2006년 4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예약제 VIP클럽인 ‘메트로폴리탄’에서 박 전 회장과 독대했다. 이 씨는 만남 자체를 부인했지만, 박 전 회장은 “5만달러가 든 봉투를 건네려 했지만 이광재가 거부해 옷장 안에 봉투를 두고 나왔다”고 검찰과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 씨 측은 박 전 회장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도 있었기에 돈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빠져나가기 어려운 정황 증거에 발목이 잡혔다. 메트로폴리탄에 당일 예약 손님은 이 씨와 박 전 회장뿐이었던 것.
반면, 박 의원은 ‘화장실 앞’에서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부정돼 살아났다. 2008년 3월 20일, 장충동 신라호텔 3층 마로니에홀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만찬장에 참석한 뒤 홀을 나간 박 의원은 뒤따라온 박 전 회장에게 2만달러가 든 돈 봉투를 상의 안주머니에 받아 넣었다는 혐의였다. 원심은 “(박연차가) 돈을 건넨 장소가 공개된 곳인 화장실 앞이고, 저녁식사 시간대여서 서빙 직원이 드나드는 상황이라 돈을 주기 힘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억울한지, 후련한지 당사자들만 안다. 총 21명의 유력 정ㆍ재계 인사가 법정에 서 19명(박 전 회장ㆍ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재판이 계류 중이어서 제외)의 사법 처리(17명 유죄ㆍ2명 무죄)가 마무리되면서 ‘박연차 게이트’는 막을 내렸다. 검찰은 성공한 수사라고 자평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부담스럽다. 홍성원 기자/ho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