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전직 경찰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는 이유로 동업자를 살인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양재식)는 지난해 5월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경찰관 배모(47) 씨에 대해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는 이유로 동업자 A(51) 씨의 집에 불을 질러 살인한 혐의(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등)로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배 씨는 A 씨가 지난해 12월 검찰에 출석해 “배 씨가 사행성 게임장을 실제 운영했다”고 진술했고, 1월 26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것을 염려했던 배 씨는 지난 11일 오전 5시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A 씨의 집을 찾아가 주변에 시너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 사고로 지난 24일 사망했다.
배 씨는 지난해 12월 21일께도 A 씨가 자신에게 “게임장 운영 때문에 처벌을 받았으니 보상해 달라”며 돈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A 씨의 머리를 둔기로 수회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폭처법 위반)도 받고 있다. A 씨는 당시 게임장 운영 혐의로 징역 4월을 선고받아 지난해 7월 출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A 씨가 처음에는 배 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으나 판사가 위증이라며 추궁하자 배 씨가 실질적으로 게임장을 운영했다고 진술했다. 배 씨가 이에 보복할 목적으로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 씨는 처음에는 혐의 사실을 부인했으나, A 씨 집 주변 CCTV에 담긴 화면을 증거로 제시하자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씨는 2009년 3월까지 서울 모 지구대 경위로 근무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 씨가 당시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게임장 운영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