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포 해적 중 석 선장 총격자 있다고 확신” 수사본부장
국내에서 사상 최초로 해적 범죄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해경은 지난 15일 인도양 해상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해군 청해부대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을 30일 새벽 압송한뒤 사전영장 청구를 거쳐 구속수감했다.아랍에미리트(UAE)가 제공한 왕실 전용기편으로 29일 오후 8시에 오만을 출발한 해적들은 9시간을 비행한 후 새벽 4시18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해적들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관들에 인계돼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후, 구속전 피의자조사(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부산지법으로 이동해 오전 8시경 심사를 마치고 수사본부가 차려진 남해해경청으로 이송됐다.
남해해경청에 오전 9시56분경 도착한 해적들은 비교적 건강상태는 양호해 보였으며, 4명은 외소한 체구에 앳된 모습이었으며, 마지막 한명은 덥수룩한 수염을 길러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장시간 이동으로 지쳐보였던 해적들은 건강상태를 체크한 후,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으며 오전 중 휴식을 취한 뒤 오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30일 오전 아라비아해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으로 생포돼 아랍에미레이트 왕실 전용기를 타고 부산으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호송버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검으로 들어오기 전 전경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이날 김해공항에서 군으로부터 남해해경청이 해적의 신병을 인수 받았으며, 무장경찰 40여명과 특공대 전술차량 등 차량 6대, 헬기 1대를 동원하는등 특별호위를 하였다. 부산=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2011.01.30 |
▷외국인 해적 상대 국내 사법권 첫 발동
특히 이번 수사는 국내 사법기관이 우리 선박을 납치한 해적을 상대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로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경은 이날 해적 5명의 신병을 해군으로부터 인도받으면서 이들의 생포 당시 사진과 함께 삼호 주얼리호의 항해 일지 등 기초자료 등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해부대의 작전 당시 생포한 해적 개개인에 대한 정보와 석해균(58)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 등에 대한 선원들의 자필 진술서 등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가려내기 위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내용은 석 선장 총격 경위를 비롯해 삼호주얼리호 납치 과정, 현장 납치 주동자, 선박운항 강제, 인질 몸값 요구, 배후 조종 세력 등과 금미305호 등 기존 납치선박과의 관련성 여부를 낱낱이 밝혀낼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또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입국하는대로 피해자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당초 어려움이 예상됐던 통역도 4명의 통역 요원이 확보돼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와 소말리어를 통역할 2명을 어렵게 확보했으며, 한국어와 영어를 통역할 2명 등 총 4명이 수사기간 동안 운용되고 있어 조사에는 차질이 없다고 해경은 밝혔다.
또한 해경은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해적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는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해적들을 감금한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은 총 3개실로 구성돼 이들을 분산 수용할 방침이며, 해적들이 이슬람교도인 관계로 돼지고기를 제외한 별도의 식단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적들이 국내 겨울 추위를 경험한적이 없을 것으로 판단돼 내의와 방한복 등을 준비했으며, 유치장 인근에 병원을 지정해 유사시 의료지원을 받도록 조치했다.
▷구속된 해적들 ‘당황’, 시민ㆍ선사들 “철저한 조사로 다신 해적피해 없도록”
김해공항에 도착하면서 곧바로 체포된 해적들은 비교적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사법기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해적들은 법원의 영장심사 과정에서 해적행위 자체를 부인하면서 범죄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본부 구성은 수사전담 4개반으로 편성하고 해상강력사건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형사 50여명이 투입됐으며, 남해해경청 차원에서도 지원반이 편성됐다.
30일 오전 아라비아해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으로 생포돼 아랍에미레이트 왕실 전용기를 타고 부산으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호송버스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검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 김해공항에서 군으로부터 남해해경청이 해적의 신병을 인수 받았으며, 무장경찰 40여명과 특공대 전술차량 등 차량 6대, 헬기 1대를 동원하는등 특별호위를 하였다. 부산=이상섭기자/babtong@heraldcorp.com |
소말리아 해적들의 국내 압송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철저한 조사’를 수사기관에 당부했으며, 부산지역 선사 관계자들은 “해적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다시는 국내 선박들의 해적 피해가 없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해경 수사본부는 30일 오전 10시경 수사착수 브리핑을 갖고 “합리적ㆍ합법적 수사와 인권수사를 원칙으로 수사를 전개하겠다”며, “구속기한(10일) 동안 해적들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 납치 전모를 밝혀낸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