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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향기록 역사 집대성한 ‘현대판 악학궤범’ 나왔다
마라토너 손기정의 육성 증언, 재담가 신불출의 만담, 월남 이상재의 연설, ‘사의 찬미’ 등의 유행가….

20세기 전반기 희귀 음원인 유성기 음반 목록과 관련 자료를 집대성한 ‘한국 유성기 음반’(2011수림문화총서, 도서출판 한걸음더) 전집이 출간됐다. 1907년부터 1945년까지 사이에 발매된 유성기 음반을 중심으로 방대한 자료를 5000페이지 분량에 담아냈다.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단장 배연형 문화학술원 교수)이 6년에 걸쳐 50여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만들어낸 역작이다. 오는 7월 1일 오픈을 목표로 관련 음원과 기사 이미지 자료 등까지를 더한 디지털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전집은 총 5권으로 구성됐는데 4권짜리 자료집에는 닙보노홍, 콜럼비아, 리갈, 빅타, 오케, 폴리돌 등 당시 음반사에서 발매한 음반의 모든 목록과 자료를 최초로 모아 펴냈다. 마지막 제5권은 해제ㆍ색인집으로, 여기에 풍부한 원색 사진자료와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1907년 발매된 한국 최초의 상업 음반, 윤심덕의 ‘사의 찬미’ 취입 광경 등도 사진으로 소개돼 있다. 7월에 서비스를 시작할 DB 서비스는 유성기 음반의 디지털 음원화와 청취 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뒀다.

연구단을 이끈 배연형 교수는 “20세기 전반기 언어와 공연ㆍ예술,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생생한 자료로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존에 생존자 인터뷰 등으로 진행되던 주먹구구식 연구에서 탈피해 그간의 근대 한국 문화사를 뒤집는 연구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은 미화도, 거짓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유성기 음반은 총 6500여 종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배 교수는 80년대 초부터 청계천 등을 돌며 이들 음반을 개인적으로 수집하다가 대규모 연구로 물꼬를 돌렸다. 그는 “유성기 음반의 맥이 끊긴 뒤로 폐기나 재활용되는 등 많은 부분이 유실됐다”며 “아시아 각국들이 이 시기 음향 자료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침탈기로 문화적 사료 가운데 겹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인 데이터베이스화 사업에 뛰어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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