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방역시설로 무장된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대기를 통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구제역도 기본적으로 발생 가축의 호흡이나 타액, 분변에 묻어있는 바이러스 등을 통해 확산되는 만큼 여러가지 조건이 뒷받침될 경우 공기를 통해서도 멀리까지 전파될 수 있다. 대기중 바이러스 농도가 강하고 강풍이 동반되면 최대 60㎞(육지)~250㎞(해상)까지 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공기를 통한 구제역 확산 사례들이 적잖이 보고되고 있다. 방역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실한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지는 물론 유럽에서도 바람을 통해 구제역이 확산된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01년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구제역 역시 영국 에섹스 지방에서 시작되어 바람을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로 전파됐다.가깝게는 지난해 5월 구제역이 발생했던 일본의 미야자키 현에서도 구제역이 바람을 통해 확산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미야자키 현의 구제역 관련 연구에 참여한 수의사와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초속 12~20m 내외의 강풍이 몰아닥친 날을 전후로 약 10일간의 잠복기간 후에 구제역이 풍향과 정확히 일치해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간 국내에서도 대기와 바람을 통한 구제역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채취된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공기 중에서의 바이러스의 검출이 가축으로의 직접적인 확산의 원인이 되었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야생동물에 대한 혈청 검사 등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파악 중이다”면서 “다만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기관들의 방역 체계나 시설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공기를 통한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만약 공기를 통한 감염이 사실로 나타날 경우, 구제역 방역 체계에도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