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커플은 커플대로 지나치게 비싼 초콜릿 가격에 기함하고 짝 없는 솔로는 외로움에 눈물 짓는 날이다. 어쨌든 일년에 하루쯤은 로맨틱함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해마다 밸런타인데이 즈음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음악이 바로 세레나데다. 세레나데는 사실 어떤 특정 작품의 제목이 아니라 가벼운 분위기로 작곡된 소규모 편성의 곡을 이르는데, 성악곡에서는 누군가에게 바치는 노래를 주로 세레나데라 칭한다. 한밤중에 연인의 집 앞에서 ‘창~문을 열어다오’ 하고 양팔을 활짝 벌리며 노래하는 장면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에게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노래가 ‘세레나데’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형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기타 같은 악기가 동반되긴 하지만,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에 있어 유일한 필수조건은 연인을 향한 사랑이며 이는 동시에 충분조건이기도 하다.
노래 없이 기악편성만으로 이루어진 세레나데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제13번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일 것이다. ‘작은 세레나데’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귀여운 애칭을 가진 이 곡은 현악기로만 연주되는데, 상쾌함과 깃털 같은 가벼움이 인상적인 명곡이다.
슈베르트의 가곡 ‘세레나데’는 그의 주옥 같은 가곡들 중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다운 노래다.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미발표 가곡들이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는데, 그중 4번째로 실린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슈베르트의 유작인 이 노래는 독일의 시인 루드비히 렐스타브의 시에 선율을 붙인 곡으로, 고요함 속에 담긴 진심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탓에 오히려 유치하게 들릴 때도 있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만인에게 사랑받는 세레나데에는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꼭 유명한 세레나데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줄 세레나데 한 곡쯤은 준비해 놓으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