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을 앞두고 오토바이로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가 신호위반을 한 버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상에선 피자업계의 이른바 ‘30분 배달제’로 인한 속도경쟁이 이 같은 화를 불렀다는 비판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거리에서 모 피자 체인점의 배달 아르바이트생인 김모(18)군이 몰던 오토바이가 박모(52)씨가 운전하던 버스와 충돌, 김 군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피자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던 김군은 교차로 신호가 바뀌자마자 좌회전을 하다 신호를 무시한 채 영등포역에서 신도림역 방면으로 달리던 버스와 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를 낸 버스운전기사 박씨를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유가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숨진 김군 친구들에 따르면 이날 김군은 “일하는 가게의 주문이 밀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이 일한 모 피자 지점은 14일 문을 열지 않았으며 점주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 폐지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은 김군의 죽음을 두고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피자업계의 무리한 속도경쟁이 김군의 죽음을 불렀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던 20대 피자 배달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30분 배달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 피자 측은 “김 군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본사는 30분 배달제 같이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는 속도경쟁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 이종필 조직팀장은 “배달인력이 충분했거나 김 군이 안전교육을 충분히 받았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군의 죽음은 결국 피자업계 속도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김군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르는 한편, 피자업계의 속도경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따뜻한 피자 때문에 소중한 목숨이 싸늘하게 숨졌다”며 “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5분 빨리 피자 먹겠다고 독촉전화하지 맙시다. 누군가의 50년을 빼앗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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