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자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누구도 가족으로부터 부끄러운 존재로 살고 싶지 않다. 더더욱 어느 누구도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동성애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동성애는 학습되는 것도, 질병도, 정신병도 아니다. 당연히 치료약도 없고, 고칠 수도 없다.
현대 심리학은 동성애를 선천적이고, 후천적인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동성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소설 <나는 즐겁다>(김이연, 사계절.2011)는 그동안 청소년 소설에서 금기시 되었던 '청소년 동성애자‘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 혼란에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런 아이들에게 삶은 즐겁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소설을 썼다.”
작가의 말이다. 그녀는 이 소설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청춘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라고 소개했다.
평범한 여중생 ‘이란’은 우연한 기회로 밴드 보컬을 맡게 되면서 그녀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한편 명랑하고 곰살궂은 오빠가 갑자기 자신이 게이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평온하던 집안은 쑥밭이 된다. 급기야는 학교에까지 알려지면서 오빠는 곤경에 빠진다. 엄청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가족들은 오빠를 부정하고, 비난하면서, 마음을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오빠를 보며, 가족들은 힘을 합친다.
소설은 화자인 여동생 이란이 록 밴드 활동을 하며 자신의 ‘끼’를 찾아가는 과정과 동성애자로서 성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오빠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이란! 신나게 살고 싶지만 동성애자이기에 많을 것을 혼자 견뎌야 했던 이락! 서로 다른 남매의 이야기는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는 네러티브 구조를 가진다. 그들은 '즐겁게 살자!'는 락(樂) 스피릿을 대변한다. 자칫 감상적이고 설교조로 흐를 법한 소재지만, 경쾌하고 진지하게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 김이연은 전작이자 처녀작인 아동소설 ‘오후 3시 베이커리’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경쾌하게 풀어내 호평을 받은바 있다. 그런데 돌연, 시장도 좁고, 인지도도 낮은 청소년 소설로 전향했다. 청소년들이 삶은 즐겁다는 긍정성을 키워나기길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그녀의 이런 진지한 고민은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소설은 동성애자도 우리와 똑같이 꿈꾸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임을 말해 준다. 그들도 우리처럼 행복하고 재미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다름을 차별하기 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야말로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다.
작품을 읽으며 독자는 성 소수자의 사회 현실과 다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또한 성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읽으면 힘을 얻을 수 있다. <김현선 시민기자>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