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기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없어지고, 이젠 ‘따라 오라’는 압박만 남은 것 같다.”
“동반성장 등 요구는 많은데 (정부차원의) 실효성있는 지원이 없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 3년을 넘기며 맞는 재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집권 4년차에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친서민으로 기조를 확 바꾸면서 재계에 대한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우려다.
물론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기업 정책의 경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정책 완화로 역대 정권 가운데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을 가장 많이 완화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초 우호적인 분위기가 걷히면서 공정사회라는 이름으로 동반성장, 대대적 창출, 투자활성화 등을 몰아부치고만 있는 현 분위기를 심상찮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올해 113조원의 사상최대 투자를 약속하고 업그레이드된 동반성장 등의 계획 등을 내놓고 있지만 적지않이 버거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업계는 나름대로 경기회복, 일자리 창출에 뒷받침하고 있지만 법인세, 상속세 인하는 진척이 없고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재계 요구는 뒤로 밀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MB정부 후반기 정책방향 및 과제’를 내놓으면서 “4년차 집권신드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집권 4년차에 성과주의와 초조함에 떠밀려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계가 하고 싶은 말 중 하나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재계를 옥죌 수 있다고 경계하는 이가 많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정부 초기에는 ‘전봇대 뽑기’ 등 정-재계간 파트너십이 강했는데, 점점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재계를 ‘훈계 대상’으로 보는 느낌마저 든다”며 “정부와 재계의 간극 좁히기가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동반성장, 감세,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민감한 현안은 정부도 과감히 양보할 것은 양보해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헤럴드경제와 대한상의가 올해 초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기업들은 동반성장이 대체로 잘 되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34.6%)고 꼬집었다. 재계가 화답하는 것 이상을 정부도 기업에게 줘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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