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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바쁜 루이비통 회장이 강남의 갤러리로 달려간 까닭은?
루이비통, 디올, 펜디 등 60여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휘하에 두고 있는 ‘명품왕국의 제왕’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62)의 일정은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매출 203억유로(약 31조원), 영업이익 43억유로(6조6000억원)를 거두며 승승장구 중인 그는 워낙 많은 브랜드를 챙겨야 하는만큼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쓴다.

지난해에도 그는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입점 등을 확정짓기 위해 4, 11월 두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런 그가 1박2일의 숨가쁜 일정에도 반드시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다. 아르노 회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의 면담 중간중간에 갤러리 방문일정을 집어넣었다. 더구나 갤러리에는 30분 먼저 도착해 30분 늦게 떠날 정도로 ‘새로운 작품과의 조우’를 한껏 즐겼다.

다양한 문화권의 혁신적 예술에서 ‘동시대 감성’을 느끼며 비즈니스의 영감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소문난 컬렉터답게 작품도 즐겨 산다. 서도호, 이불, 김혜련 등 한국의 재능있는 미술가의 이름을 줄줄 꿸만큼 한국현대미술에도 제법 이골이 났다. 

더구나 루이비통은 일본 유명작가 무라카미 다카시(49)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 숨어있는 ‘제2, 제3의 무라카미’를 찾기 위해서도 ‘갤러리 순례’는 잦아질 수밖에 없다. 무라카미는 갈색의 다소 지루했던 루이비통 모노그램백에, 알록달록 원색을 즐겁게 가미해 상상 이상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최근들어 미술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한 아르노회장은 2013년에는 파리 볼로뉴숲에 ‘루이비통 창조재단 미술관’을 오픈한다. 그동안 수집해온 막강컬렉션, 즉 바스키아, 제프 쿤스 등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게다가 세계적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미술관을 아름답게 디자인해 ‘파리의 문화명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비즈니스와 아트’를 거의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은 한둘이 아니다. 아르노와 라이벌인 PPR그룹의 프랑소와즈 피노(74)회장은 한술 더 뜬다. 구찌, 발렌시아가, 입센로랑 등을 휘하에 두고 있으며, 미술품경매사 크리스티까지 운영 중인 피노 회장은 아트 비즈니스에 가히 열정적이다. 수시로 ‘미술에 완전히 매혹당했다’고 되뇔 정도다. ‘미술계 수퍼파워’인 그는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 작가(이우환 등) 작품도 수집 중이다.

그 뿐인가. 세계적 광고전문가이자 컬렉터인 영국의 찰스 사치는 스스로를 ‘아트홀릭’이라고 칭하며 ‘현대미술 순례’에 영일이 없다. 피노와 사치에게 있어 미술품은 ‘예술적 가치’ 이상의 신자본(new capital)’이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일류기업들이 ‘예술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앞다퉈 창출하고 있다. 유니레버, 도이체방크, 블룸버그 등은 가장 돋보이는 사례다.

물론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이익을 따진다면 아트와의 협업에 선뜻 나서긴 힘들다. 그러나 기술력이 거의 평준화되는 이 무한경쟁시대에, 앞으로 유망한 것은 ‘창조산업’이다. 영국의 경우 전체 GDP 중 무려 29%가 정부의 DCMS(한국으로 치면 문화체육관광부), 즉 예술과 미디어,스포츠 분야에서 나올 정도다. 바야흐로 이제 ‘아트 앤 비즈니스(Art & Business)’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기업과 문화예술은 이제 한 배를 탄 처지가 됐다. 예술은 더 이상 기업의 이름을 근사하게 포장해주는 액서서리가 아닌 것이다. 아트마케팅을 위한 수단도 넘어섰다. 이제는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덕목이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아트와 함께 가지 않고선 곤란한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공항 면세점 확보’에 만족해선 안된다. 우리도 무형의 것,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롭고 독자적인 창조산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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