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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장 수급차질 없지만…” 주말께 유가경고 격상땐 공공기관 등 소등
국내 영향은
리비아 반정부 시위 사태 악화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23일 배럴당 104.33달러로, 사흘 연속 100달러 행진을 이어갔다. 5일 연속 100달러 이상을 지속할 경우 유가 경고 단계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된다. 주의 단계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주 말께부터 공공기관과 아파트의 경관조명과 상업시설의 옥외 광고물 등이 소등된다.

유가 전망은 ‘시계(視界) 제로’에 빠진 상태. 현재 유가 수준은 한국은행, 석유공사 등이 참여하는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가 지난 11일 긴급회의를 열어 지난해 말 전망치인 두바이유 배럴당 80~85달러에서 5~10달러를 상향조정한 ‘90달러 안팎’에서 이미 10달러가량을 상회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유가 강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가격 전망이 무의미하지만, 일부 외국 기관이 전망한 140~150달러 시대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으로 사태가 번질 경우를 감안한 최악의 상황으로, 그 단계까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비아 공급량이 일산 120만배럴로 적지 않지만, 리비아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다른 산유국의 공급량이 일산 500만배럴에 이르고, 사우디 등이 증산 조치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석유 수급이나 비축 수준은 아직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리비아 생산 원유의 80%는 유럽으로 공급되고, 우리나라로 오는 물량은 없다. 정부도 이날 석유 공급에 당장 차질은 없기 때문에 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카트리나 사태와 걸프전 때는 실제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비축유를 방출했지만, 지금은 유가가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석유공사는 올해 자체 예산을 들여 비축유 180만배럴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해 추가 비축되는 석유는 정부가 구매하는 60만배럴에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구입하는 180만배럴 등 240만배럴이 된다.

한편 유가 상승으로 당장 항공, 해운 등 석유를 많이 쓰는 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올해 경영계획상 유가 기준이 85달러(서부텍사스유)로 잡았지만, WTI는 이미 90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0억원 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현재 유류 사용량은 줄일 만큼 줄여 더 여지가 없다”며 “유가가 쌀 때 기름을 사놓는 헤지 비중을 애초보다 25%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항공사들은 단축 항로, 근접 교체 공항 선정 추진, 기내용품 경량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해운선사들도 연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로별 최단 항로 설정, 최적 속력으로 운항을 유도하는 등의 다방면에서 비용 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 회항해운업계의 운항 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27.5%로, 5조5055억원에 달했다.

정유업계는 당장 수급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지만, 공급처와 관계를 밀접히 하고 정부 대책회의에서 면밀히 협조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정부가 관세 인하 조치에 이어 유가가 120달러에 도달할 경우 유류세 인하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숙ㆍ윤정식ㆍ하남현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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