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사무실 한 가운데 탁자 위에도 진짜 말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갈색 말 인형이 일본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크리스탈 말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책상 맞으편 책장에는 청동 말이 사무실을 내려다 봤다.
별로 크지도 않은 가산디지털단지 10층 사무실에 말만 9마리를 갖다 놓은 주인공은 다름아닌 엔트리브소프트 서관희(38) 개발 이사.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말을 소재로 만든 라이딩 게임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를 만든 장본인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휴대폰에 탑재됐던 골프 게임 ‘팡야’ 개발자로 더 유명하다.
‘왜 그 많은 소재 중에서 말이냐’고 먼저 물었다. 그는 “게임을 구상할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중에 하나가 기존 영상을 이것 저것 짜집기 해 틀어보는 것이다. 급조된 영상에서 갑자기 말이 달리는 모습이 나왔다. 강렬한 임팩트에 너무 깜짝 놀랐다. 왜 저런 게임이 없을까라고 고민하다 바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답했다.
물론 개발이 쉽진 않았다. 무려 만 5년을 투자했다. 비용도 다른 캐주얼 게임에 비해 2~3배 가량 더 들었다. 화려한 총싸움이나 칼싸움이 아니다 보니 게임 유저들을 끌어들일 무엇인가가 명확하지도 않았다.
“말을 이용한 레이싱으로 할지, 전투로 할지 우리가 먼저 흔들렸다. 너무 힘들어서 무작정 개발하는 것은 앞으로 안할 것 같다. 다음엔 꼭 핵심 가치를 정해 놓고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수 ‘아이유’가 광고 모델로 합류한 것도 운이 좋았다. 아이유 소속사 ‘로엔 언터테인먼트’가 엔트리브소프트처럼 SKT 자회사라는 점이 도움이 됐다. 그는 “아이유 효과가 엄청나다. 배너 광고의 경우 다른 광고에 비해 클릭률이 2배로 높다. 유저들은 ‘아이유 때문에 왔는데 게임도 재밌네’라고 말한다. 게임 타겟층과 아이유 팬층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아이유의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도 사라졌다. 서 이사는 “말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를 조사해봤다. 첫번째가 경마, 그리고 애마부인 등이더라. 그래서 광고 모델로 소녀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에서 경마와 같은 요소를 빼고 이름과 로고를 순정만화 처럼 만든 것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는 ‘팡야2’를 포함한 차기작도 조금씩 구상중이다. 이번에는 성장 속도가 빠른 모바일 게임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모바일 게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1~2년 내에는 아니겠지만 게임의 미래는 모바일이다. 머릿속에 3~4가지 아이디어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대연 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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