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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불문"...`하메'를 아시나요
회원수 100만명에 달하는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 ‘하메’를 검색해보면 지난 3일 하루에만 수백 건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을 정도로 유행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메는 ‘하우스 메이트’의 준말로 주로 20~30대 젊은이들이 아파트나 빌라에 모여 사는 주거 형식이다.

기존의 ‘룸 메이트’가 같은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것이었다면 하메는 어떠한 공통 분모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메를 모집하는 주인은 세입자의 간단한 신상명세와 일정한 요구조건 외에는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들이 원하는 건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정이 아니라 철저한 사생활이다. 주방과 욕실, 거실을 함께 사용하긴 하지만 냉장고에 각자의 칸을 확실히 구분해놓고 화장지도 따로 쓴다.

이렇듯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모여사는 이유는 단 하나, 치솟은 집값 때문이다. 하메의 보증금은 수십만원에서 비싸야 100만원정도이고 월세는 30만원 안팎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에 비하면 그야말로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서울 논현역 인근 빌라에 하메로 들어간 이모(28.여)씨는 “직장이 강남인데 수중의 돈으로 인근에 전세를 얻는 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워낙 전세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낮은 금리 탓에 집주인들이 전세보단 월세를 선호해 매물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예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는 ‘무보증 임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당장 목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지만 수입이 넉넉지 않은 젊은이들에겐 큰 부담이다. 지난 2009년부터 대기업에 다닌다는 권모(32)씨는 “은행빚을 지는 게 싫어 보증금 없는 월세를 찾았지만 괜찮은 오피스텔이나 원룸이다 싶으면 월세가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한달 월급의 3분의 1 이상을 방값으로 내면 저축은 꿈도 못 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런가하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집에 대한 집착도 덜한 젊은층의 합리적인 사고방식 역시 하메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김모(29.여)씨는 “처음에 전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산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좋은 집에서 돈도 아끼면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조건만 맞는다면 남녀가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는 분위기다.

올해 초 하메로 한 아파트에 들어갔다는 윤모(35.여)씨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출근하고 나면 내내 혼자 있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며 “인터넷을 통해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 셋이 모여 살면서 돌아가면서 강아지를 봐주기도 하고 좋다”고 말했다. 윤씨는 하메 중에는 남자도 있었지만 “생활 패턴이 달라 거의 만나는 일이 없다”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김우영 기자@kwy21>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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