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상 산업부 재계팀장
최근 재계 인물과 관련한 핫 이슈 중 하나는 ‘김재열 사장’이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 사위인 그는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최근 파격 승진했다. 지난해 12월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석달 만에 다시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빙상연맹 회장 입후보에 따른 ‘예우 차원’이라지만, 82일 만의 초고속 승진인데다 이 회장의 첫 ‘사위 사장’이란 점에서 세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삼성의 후계경영 구도에 ‘사위경영’이 더해지다 보니 많은 화제거리를 남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위 사장의 사례는 또 있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은 사위에 관한 한 자랑거리가 넘친다. 둘째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발군의 실적을 올리면서 ‘카드업계 최고 CEO’라는 찬사를 얻고 있고, 셋째 사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역시 초고속 승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4대그룹 외에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안용찬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 더 유명하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 박장석 SKC 사장은 7년 째 자리를 지키며 ‘롱런’하고 있다.
사위 경영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다. 본인은 싫어할지 모르지만, 그는 재벌 사위 CEO의 대명사다.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로, 지난 1977년 부산지검 검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당시 불과 29세였다.
그는 처가 기업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아들이 없던 장인이 후계자가 돼 줬으면 했고, 이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지금은 ‘사위’보다는 능력있는 경영인으로 더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사위경영의 원조로 손색이 없음은 분명하다.
재계에 후계경영과 별도로 사위경영 흐름이 진행되면서 세간의 시선은 곱지많은 않은 게 사실이다. ‘사위도 자식’라며 일반인보다 승진이 고속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게 그 배경이다. 얼마전 인크루트가 조사한 설문에서 직장인 73%가 “재벌 2~3세 초고속 승진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은 후계경영 외에도 사위경영인에게도 해당되는 인식일 수 있어 보인다.
물론 해당 기업의 얘기는 다르다. 사위라고 아무나 경영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혹독한 검증을 거쳐 승진을 시킨 것이고, 실제 발탁된 사위들은 경영에 관한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 스포츠외교 바통을 이어받을 확률인 큰 김재열 사장 외에도 많은 사위경영자들은 주무기가 있거나,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을 책임지거나 발굴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대기업 한 임원은 “그룹들이 후계구도에 은근히 신경을 쓰면서 똑똑한 사위에 일정 역할을 맡기는 그런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며 “사위들의 경영능력과 그룹의 비전을 일부 연결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곱잖은 시선과 시샘은 재벌가 사위의 운명인 것 같다. 이같은 시선을 극복하려면 100% 경영 능력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는 게 유일한 길로 보인다.
김영상 기자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