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어온 타임의 역사를 지난 역사적 사진들과 함께 한 권으로 두툼하게 엮어낸 ‘타임’(부글)은 타임을 통해 본 20세기 격동의 현대사다. 휠체어에 앉은 루스벨트, 두 주먹을 불끈 쥔 히틀러, 원자폭탄과 아인슈타인, 넥타이는 비뚤어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케네디, 입에 있는 시거가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의 윈스턴 처칠 등 타임의 표지인물을 훑는 것만으로도 현대사의 굴곡진 길들을 헤매지 않고 걸어나올 수 있다.이 책은 타임이 역사를 기록한 것만이 아니라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에 능동적 역할을 제시하고, 베트남 전쟁의 경우 타임의 표지를 59회나 장식할 정도로 집중적이고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성의 정치학’으로 여성해방운동에 불을 지핀 케이트 밀레트를 표지로 장식하며 여성해방에 대한 최초의 글을 실은 것도 타임이다.
타임은 혁신의 다름이기도 하다. 1923년 시사주간지라는 새로운 종류의 잡지를 선보인 창조적 발상은 특히 비주얼적인 틀을 바꿔나가는 데서 빛을 발했다. 빨간 테두리, 이미지 없는 커버, 70년대 말 최초의 전면 컬러, 80, 90년대 포토저널리즘 등 변화의 앞자리에 늘 타임이 있었다. 그룹 저널리즘과 도발적인 편집, 스토리 중심의 생생한 묘사, 어순도치 등 전통의 파괴는 타임스타일로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 타임의 얼굴인 커버는 늘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인물에서 주제와 사상, 경향으로, 개념적 커버로의 전환은 항상 변화하는 잡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저자는 타임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데도 열성적이다. ‘올해의 인물’이라는 브랜드 개발, 친독자 서비스, 네트워크, 분명한 관점 등은 환경이 변해도 유효해 보인다. 저자들은 여기에 특별한 읽을거리를 또 하나 제공한다. 유명한 뉴스메이커인 헨리 키신저와 스티븐 스필버그 등 4명이 쓴 타임과의 인연을 담은 에세이다. 타임의 비하인드 스토리, 상업주의와의 결탁 등의 타임의 역사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저자들의 눈으로 재편집하고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20세기를 관통한 타임의 역사는 또한 미국의 역사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