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진 방사선 재앙이 한국에 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체르노빌 참사 등에 비해 파괴력도 떨어지고, 편서풍 등 지정학적인 특성으로 낙진이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여전히 아노미에 빠져 있어, 추가로 다른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할 가능성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역시 방사선 물질 낙진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관련 기관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울릉도 방사선 준위 137nSv/h, 국내 영향 없어 = 울릉도는 일본의 방사선물질이 국내에 영향을 끼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
교과부 원자력안전과 관계자는 “울릉도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일본의 방사성물질이 국내에 영향을 끼친다면 가장 먼저 울릉도에서 관측된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8시 30분 현재 울릉도에서 측정된 방사선 준위는 137nSv(나노시버트)/h로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기술원 측은 “일본 대지진 이후 지금까지 울릉도에서 측정된 방사선 크기가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기술원은 육지, 도서 지역을 포함해 전국 70개 지역에 환경방사선감시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방사선물질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은 지역과 자연현상에 따라 평상시 50~300nSv/h 범위로 변동하고 있으며 이 범위 내에 있으면 평상시와 동일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후쿠시마의 경우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후 최고 방사선 주위가 약 1200μSv(1μSv는 1000nSv)를 기록한 바 있다. 임상무 원자력병원 핵의학과 박사는 “이 정도 수준이면 체르노빌 참사처럼 생명이 단축되거나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편서풍도 일조, 바람 역풍해도 한반도는 안정권 = 한반도가 속한 중위도 지방이 편서풍이 부는 지역이라는 점도 낙진 피해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위도 지방은 지구 자전으로 대기 상층에서 연중 강한 편서풍이 분다.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12일 역시 대기 상층에서 편서풍이 불었고, 대기 1.5㎞ 상공에서도 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어 방사성물질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986년 우크리아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도 비교된다. 사고 당일 남서풍이 불면서 방사능이 러시아, 유럽 곳곳까지 낙진 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미국, 캐나다 등이 일부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기술원 측은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고 있어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국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물질 대기 확산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 현 상황에서 바람이 동풍으로 변동하더라도 현재 수준으로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건은 추가 폭발, 대형참사엔 모든 예측 무용지물 = 문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폭발에 이은 추가 폭발이다. 일본이 평상시 원자력 안전 대비에 철두철미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폭발에서 볼 수 있듯 추가로 원자로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형 폭발 사고다. 원자로 폭발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1000~1500㎞ 내에선 방사선 물질 낙진 영향권에 들고, 설사 편서풍 등으로 직접적인 낙진을 피하더라도 방사선물질이 지구 한 바퀴를 돌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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