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ㆍ두바이=양춘병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석유 메이저들의 각축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12억배럴(132조원)의 원유를 확보하고 15일 오후 귀국했다. 지난 2009년 12월 400억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 후 같은 땅에서 연거푸 이뤄낸 ‘자원 외교’의 성과다.
방문수행단은 “ ‘2박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100년 지기’의 정을 확인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원전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 뒤에는 양국 정상 간의 두터운 신뢰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1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두바이 교포를 만난 자리에서 “칼리파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한국은 아랍 형제국보다 더 가까운 나라라고 주변국들이 부러워한다’고 했다”며 양국 간 남다른 우의를 전했다.
2인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13일 유전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끝내고 자신의 전용 호텔 격인 카스르알사랍 호텔로 이 대통령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했다. 앞선 오찬에서는 자신이 키운 낙타고기를 직접 대접하기도 했다.
원전과 유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무함마드 왕세제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7~8회에 걸쳐 친서를 전달한 이 대통령의 정성에 대한 화답이었다.
이 대통령과 UAE 지도자들의 인연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양국 지도자들의 상호 방문도 이 대통령이 2번, 무함마드 왕세제가 한 번으로, 짧게는 ‘1박3일’, 길게는 ‘3박4일’의 일정이었다. 그러나 기술ㆍ사람을 가진 한국과 자원ㆍ자본을 가진 UAE 간의 이상적인 결합을 머릿속에 그린 이 대통령의 구상은 보기 좋게 현실이 됐다.
UAE가 경험이 부족한 한국에 원전과 유전을 잇달아 맡기는 대신 한국은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하는 UAE의 ‘미래비전 2030’의 물적ㆍ기술적 지원을 약속하는 ‘윈-윈’ 해법이었다.
한편 방문 첫날 알아인에 있는 아크 부대를 방문하고, 13일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일정을 소화한 이 대통령은 14일 오전 브라카 원전 예정 부지 기공식에 참석해 원전 공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형 원전이 중동 지역에서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를 만나 “향후 양국이 환경 분야에서 함께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자이드 국제환경상’을 수상하고, 장소를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옮겨 수행기자단과 만찬간담회를 한 뒤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