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6.5 지진 발생. 사망자 7726명, 부상자 10만7534명, 이재민 10만4011명. 건축물 전파 2만7582개동, 부분손실 51만7269개동.”
일본 대지진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한 국회 보고서 하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 적시된 위의 각종 수치들은 최근 도호쿠(東北) 지역 대지진과 이에 이은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일본 상황이 아니다. 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 피해상황 예측이다. 놀랍게도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부산 연제)이 지난 2월 소방방재청 산하 방재연구소에 의뢰해 실험ㆍ분석을 통해서 나온 결과로, 이미 일본 대지진 이전에 경고된 내용이다.
규모 6.5의 지진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특성과 과거 지진 사례를 감안할 때 남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이으로 분석된다. 일본 대지진으로 경각심이 고취돼 일부 과장될 수도 있는 예측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수치들은 우리나라 지진 대책의 미비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박 의원은 “최근 백두산과 제주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지난 해 백두산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화산가스가 분출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반대쪽 끝인 제주도 근해에서는 지난 2월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지진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합니다.”
박 의원이 보기에 우리나라가 지금이라도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가 중점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저층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화와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비상대처계획 수립이다.
암반이 많고 지진규모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진동 주기와 건물의 진동 주기가 일치하면서 일어나는 공진현상이 일어나기 쉬운데 특히 3층 이하의 저층건물이 지반의 흔들림 주기와 유사해 더 무너지기 쉽다고 그는 지적한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에서는 피해 건물의 94%는 3층 이하 건물이었다. 그런데도 3층 이하 건물에 내진설계를 할 경우 지방세를 감면하고, 화재보험할인 등을 인센티브를 주는 지진재해대책법은 현재 국회에서 통과를 못하고 계류 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외국처럼 강제규정이 아니라 권고수준에 그치는 법으로 미진한 수준인데도 그렇다고 박 의원은 지적한다. 이미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는 3층 이하 저층건축물 내진설계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이 절대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하던 원자력발전소도 거대한 힘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댐 구조물에만 비상대처계획을 마련했는데 원자력발전소에서 확대적용해야 합니다.”
그는 16일 소방청 업무보고에서는 지진해일 대응 문제점을 질타하며 소방청이 세운 침수예상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예를 들겠습니다. 삼척항의 임시대피소로는 삼척 수협의 냉동창고가 지정돼 있어요. 그런데 수협냉동창고는 침수 예상지역이에요. 넌센스 아닙니까? 역시 임시대피소로 지정돼 있는 수협은행은 내진설계 의무 건축물도 아니에요.”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