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국민의 피난 거리를 후쿠시마 제1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80km로 잡았고 일본은 30km로 하고 있다. 수치상 거리로 보면 엄청난 차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서로 ‘고려하는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연료 수조에 물이 없다는 새로운 정보 등을 고려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보다 엄격한 조건에서 산정한 것이 그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원전의 방재에 대해 원전에서 10마일(약 16km) 이내를 접근금지로 하고 있으며, 피난도 그 범위에서 이뤄진다. 15일 피폭된 주민의 방사선량을 조사할 당시에는 ‘20km 밖으로 피난’이라는 일본의 권고에 대해 ‘미국기준에 맞다’고 판단했다.
그 때 50마일(약 80km) 거리의 추정 피폭 방사선량도 계산했는데 16일 다시 산정한 결과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과학자연합’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50마일이 안전한 거리는 아니라고 NRC가 판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은 종전 20km에서 수정해 30km 밖으로 잡아 주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일본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정한 주민의 피폭 방사선량 한도에 따라 건강상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량을 밑도는 기준에서 피난범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반드시 동심원 상(状)으로 확산되는게 아니라 연령에 따라 피폭 영향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원전에서 원형 상의 피난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 교통, 주민의 연령 등도 포함한 다양한 조건도 고려하면 이번의 미국과 같이 차이가 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피난 범위가 넓어졌다’ 라는 말에 놀랄 것이 아니라 냉정히 행동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도 17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기준을 준용, 우리 국민들을 80km 밖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남민 기자/suntopi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