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수습이냐 악화냐의 기로에 섰다. 군용헬기를 이용한 냉각수 살포가 이어지고 냉각장치 가동을 위한 전력선 연결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연료봉 냉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살수의 경우 ‘입에 넣어야 할 물을 머리에 뿌리는 격’이고, 전력선 연결의 경우 송전선만 이었을 뿐 냉각펌프 등 장치가 고장났다면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단 대대적 핵분열 가능성은 적지만, 내주중 일련의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량 방사능의 점증적 분출 등 우려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냉각장치 가동불능이라는 점에서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 원전의 용량면에서 수만배이고 사고원인이 대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원전 전체의 충격이라는 점 때문에 비교자체가 안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시 주민의 피폭총량은 약 3500명분이었고, 인근 목축업소의 젖소 오염도는 거의 없었다.
스리마일섬 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지낸 빅터 길린스키는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 격납용기가 뚫린 점을 감안하면 사용 후 연료봉 저장 수조에 물이 없을 경우 실제 방사선 유출 정도는 체르노빌 범주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다른 비관론자는 핵무기 확산방지 단체인 플라우셰어스 펀드의 조 시린시온 회장. 그는 “스리마일섬 사건을 한창 넘어서서 체르노빌 사건 쪽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소 5등급, 아마 6등급이며 7등급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제2의 체르노빌을 준비해야된다. 다량의 방사능이 지속적으로 방출되고 사용핵연료 문제도 있어 연쇄적으로 1~6기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냉각이 어려워 체르노빌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는 피해지역이 일본에 국한될 것이라면서 피해는 있지만 광범위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에 비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맬컴 그림스턴도 “핵분열 조짐이 별로 없고 방사성 요오드의 수준도 애초의 3분의 2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쪽에 방점을 뒀다.
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톰 코크란 수석과학자는 이번 사고가“스리마일섬보다는 조금 나쁘지만 체르노빌과는 거리가 있다”며 “다만 노심의 녹은 핵물질을 격납용기가 차단할지 여부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진 당시 기기상 문제 없어 다행”이라면서 “4호기의 제2격납용기 내부 천장이 무너졌지만 핵분열이 일어나더라도 폭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연쇄적으로 핵분열해야 폭발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재로 인해 물이 없어진 것이 바로 사태 악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태형 기자@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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