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합의했지만, 재개발 현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의 시각차가 커지면서 혼선이 일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는 분양을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로 미루고, 일반분양 가격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달 분양예정이던 서울 옥수12구역의 옥수 래미안 리버젠은 조합원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따라 분양 일정을 일단 연기했다. 조합측은 분양가상한제 통과 시점까지 일정을 미룰지를 두고 30일중 조합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잇따라 열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시점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두고 조합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움직임은 상반기중 분양하려던 마포 공덕6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마포 공덕6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마포구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최초의 사업지다. 조합 관계자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다음 달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나서, 분양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공사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로 분양 시기가 미뤄지면, 재개발 조합 측에 제공된 사업 대여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지연된 시기 만큼 증가한다. 비용상승은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같은 비용 증가는 향후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조합의 요구에 따라 무턱대고 일반분양 가격을 올릴 경우, 분양마감이 늦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미분양이 발생해 자칫 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시공 대금에 대한 정산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이 장기화되면 건설 자재 비용의 상승이 우려되고, 아울러 분양가가 상승해 자칫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선투입된 시공 비용에 대한 사후 정산도 어려워 질 수 있다”며“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보다 빠른 시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에 나서는 게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