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상장기업에 의무 도입되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놓고 상장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1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일정 요건의 상장사는 1명 이상 법률전문가(변호사 또는 5년 이상 법학강의 경력이 있는 대학 조교수 이상)로 준법지원인을 둬야 하는데, 이미 사외이사와 상근감사 등 각종 내부통제 장치가 있는 마당에 ‘옥상옥’이 된다는 게 상장사들의 의견이다.
변호사업계는 상장사 전체로 준법지원인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당수 코스피 중소형사와 코스닥 업체들은 최소 억대 연봉이 될 준법지원인 채용이 의무화 될 경우 허리가 휠 지경이다.
먼저 상장사들이 준법지원인 제도를 꺼리는 기본적인 이유는 중복 규제라는 점이다.
현재 기업들은 법률문제를 담당하는 직종이 감사와 공시책임자, 내부회계관리자(회계담당 임원) 등 3~4개에 이른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는 이미 별도로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상장사들이 일괄적으로 준법지원인까지 기업에 둬야 한다면 전형적인 ‘옥상옥 규제’라고 기업들은 반발한다.
상장회사협의회 류광춘 조사1팀장은 “대형사는 법무팀에 변호사를 두고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를 하고 중소형사는 법률 수요가 많지 않다”며 “대다수 상장사들은 준법지원인의 필요성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로스쿨 도입 등으로 ‘법률 노동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변호사들에게 ‘월급 많고 폼 나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이 제도를 만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 현실적인 문제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만들어주기에 들어가는 상장들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통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상장사들에게 이같은 부담을 의무적으로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코스닥상장사 관계자는 “준법지원인 인건비를 상장 유지 비용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큰 부담이 된다. 변호사 한 명 채용할 돈으로 다른 인력 두 명을 뽑는 게 회사로서나 고용 창출을 위해서나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현재로선 일단 옥상옥 규제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상법 개정안은 준법지원인 의무 도입 범위를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적용 범위에 따라 준법지원인 자리는 최소 100곳에서 최대 1000여 곳, 코스닥 상장사 모두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변호사 일자리가 무려 1700곳 늘어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감사위원회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근감사는 1000억원 이상 법인에 의무화돼 있다”며 “자산 규모가 큰 기업으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에 적용하면 대상 업체는 약 100개사로 줄어든다.
<최재원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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