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지난 1995년 고베 지진 당시의 학습효과로 한 때 77엔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던 엔화가 G7의 외환시장개입 공조 개입 이후 강세기조가 급격히 약화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82엔대 수준까지 급반등했다”며 “향후 엔화 추이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측면에서 다소 성급한 측면도 있지만 당사는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 가능성의 근거로는 ▷지진사태 이후 급격히 증가한 엔화 유동성 ▷엔화의 추세적인 약세 흐름 ▷향후 상당기간 전개될 일본은행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유발정책 등이 제시됐다.
박 연구원은 “엔화 유동성이 지진 사태이후 급격히 팽창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고 추이를 보면 3월 29일 기준으로 40조3000억엔으로 지진 사태 이후 약 21조8000억엔(82엔 기준으로 약 2700억 달러) 급증했다. 일본 정부 역시 지진 피해복구를 위해 추경을 집행할 예정이며 본격적인 지진 복구를 위해서도 향후 3년간 최대 25조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엔화 유동성의 급격한 확대 추세는 불가피한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행 정책 역시 유동성 확대 기대감을 한층 강화시킬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원전사고 장기화 등으로 상당기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밖에 없어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장기화와 유동성 확대 정책을 동반한 강력한 인플레이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엔화 약세 기대감도 점차 강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과의 뚜렷한 통화정책 차이 부각, 미-일간 경기 펀더멘탈 차이 등과 더불어 고베 지진 당시의 학습효과 약화는 엔화 약세 기대감을 강화시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 부활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여진다. 박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가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반할 수 있지만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 금융시장 및 원자재 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엔화 약세로 원-엔 환율이 다시 하락하고 있지만 원-엔 환율 수준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엔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