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물투자로 1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자 SK그룹이 “개인자금으로 투자한 것”이란 해명이지만 투자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5일 금융당국과 SK그룹에 따르면 자금의 출처와 관련해선 회사 공금이 아닌 배당금과 주식매각대금 등 개인 자금으로 가닥이 모아지고 있다. SK 관계자는 “2009년 2월 처분한 SK㈜ 보유지분(2.17%, 103만여주) 매각대금 920억원과 SK C&C 등의 배당금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며 “지난해 SK C&C 주식 401만주를 담보로 한 대출금(최대 1800억원 추정)은 이번 선물투자와는 관련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받은 돈은 상속세와 2003년 소버린 사태 연장선에서 갖고 있던 빚을 갚는 데 쓰였다”고 덧붙였다.
SK측은 “1000억원대라는 손실 규모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의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룹의 대주주가 거액의 선물 투자를 벌인 배경에 대해 의혹은 여전하다. 최 회장은 90년대 말~2000년 초에도 선물투자를 했다가 2004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인해 투자 손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손길승 회장이 SK해운에서 7884억원을 투자했다가 90% 손실을 봤다고 했지만 검찰은 그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정황을 조사했다.
최 회장은 특히 재계 총수들 가운데 현금 자산이 적기로 유명하다.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유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물려받았고, 그룹 실질 지주회사인 SK C&C 주식 2225만주(44.5%) 등 최 회장의 계열사 보유 주식 가치는 2조4000억원가량으로, 최근에서야 장 호황으로 자산이 불어났다. 현금이 풍족하지 않은 최 회장이 투자위험이 큰 파생상품에 손을 댄 배경에 의구심이 씻기지 않는 이유다.
최 회장의 투자 손실이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 유출된 배경도 궁금증을 더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국세청은 SK텔레콤과 SK㈜, SK텔레콤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최근까지 벌였다.
재계 안팎에선 세무당국이 수개월 동안 진행한 조사 실적을 내보이기 위해 최 회장의 개인 투자 손실을 외부에 흘렸다는 등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3~16일 열린 중국 보아오 포럼 참석 차 출국했다가 현재는 인도네시아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 귀국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귀국 후 SK가 이번 의혹에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재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