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구체적인 물증도 없이 승객 중 지갑을 훔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진술만으로 이륙 직전인 한국 여객기를 세우고 기내를 수색했다.
4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항공사의 OZ522편은 지난달 30일 오후 9시 런던 히드로 공항을 이륙해 이달 1일 오후 3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발 30분전께 브라질 국적의 남성 B씨가 OZ522편 탑승구에서 “공항 면세점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직원이 ‘한국여성이 가지고 갔다’고 했다”며 지갑을 가져간 여성을 찾아달라고 했다.
아시아나 측은 B씨에게 직접 탑승 대기 중인 손님을 둘러보고 찾을 것을 요구했고 B씨는 면세점 직원과 함께 승객을 둘러봤으나 지갑을 가져간 사람을 찾지 못했다.
B씨는 항공기에 탑승해 지갑을 찾겠다고 했으나 아시아나 측은 보안규정에 어긋난다며 거부하고 대신 “면세점에서 지갑을 습득한 분을 찾는다”는 기내방송을 4차례했다.
기내방송에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고 면세점 직원 역시 지갑을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고 하자 아시아나는 OZ522편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OZ522편이 탑승 게이트를 벗어나 활주로에 진입했을 때 영국 경찰이 아시아나 측에 비행기를 되돌리라고 요구했다.
아시아나 측은 “B씨와 면세점 직원이 탑승중인 손님을 확인했고 기내방송도 했는데 무슨 근거로 이미 출발한 항공기를 되돌리라고 하는가.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절대 불가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영국 경찰은 “확실한 증인이 있고 도난 사건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막무가내였다고 아시아나측은 전했다.
OZ522편이 활주로에서 벗어나 별도의 주기장에 도착하자 영국 경찰은 면세점 직원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타 기내를 수색했지만 지갑을 가져간 사람을 찾지 못했다.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던 면세점 직원 역시 용의자가 누구인지 지목하지 못했다.
영국 경찰은 1시간20분 동안 기내를 수색하고도 범인을 찾지 못하자 결국 이륙을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물증도 없이 면세점 직원의 증언만 믿고 비행기를 돌리게 한 영국 경찰의 지나친 대처에 애꿎은 승객 289명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
아시아나측은 영국 공항공단에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영국 경찰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지 공항의 영국인 조업사들조차 승객이 지갑을 훔쳤다고 비행기를 돌리게 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영국 공항공단과 경찰의 국제법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