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3월∼4월공동으로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6410명에게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비교’를 주제로 벌인 설문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올해 집계된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OECD가 각각 2006년과 2003년에 실시한 똑같은 내용의 조사 연구와 비교 분석했을 때 OECD 23개국 중 최하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113.6점)보다는 47.6점 낮고, OECD 평균(100점)에서 34점이나 모자란 수치다. 한국 다음으로 낮은 헝가리(86.7점)와도 20점 이상 차이가 났다.
또 한국은 2009년(64.3점)과 2010년(65.1점)에 이어 3년 연속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주관적 건강’과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주변 상황 적응’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어린이·청소년은 교육성취도와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교육’ ‘행동과 생활양식’ 항목에서는 최상위를 기록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일하게 주관적 행복지수에서만 꼴찌라는 ‘굴욕’을 겪었다.
‘교육’에서는 127.8점, ‘행동과 생활양식’에서는 129.3점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고 ‘물질적 행복’은 110.7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또 ‘보건과 안전’은 102.6점으로 13위, ‘가족과 친구 관계’는 96.1점으로 15위를 했다.
아시아권인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도 한국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도는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설문과 2006∼2007년 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한가’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고교생 비율은 2006년 13.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엔 11.7%로 더 낮아졌다.
반면 2006년 같은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일본이 32.3%, 중국이 39.1%로 나타나 한국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또 2007년 ‘생활 전반에 만족하는가’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한국이 16.4%로, 일본(28.5%)보다 낮았으며 올해도 17.8%에 머물렀다.
아울러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우리나라 초교 4학년은 절반 이상(54.4%)이 ‘가족’을 꼽았고 그 외 건강, 자유, 친구, 성적, 돈 등의 순으로 답했다.
반면 고학년이 되면서 ‘가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돈’이라고 답한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2 때는 ‘가족’과 ‘돈’이라 답한 비율이 24.8%, 25.2%로 거의 비슷해졌으며, 고3 때는 ‘돈’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이 26%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초교 4학년 때 가장 높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낮아졌으며,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가족’이라고 답한 학생이 다른 항목을 꼽은 학생보다 행복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염유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족, 친구와 분열된 삶을 살면서 행복지수가 낮은 것”이라며 “학생들의 분절된 삶의 영역이 통합되고 부모는 자녀의 친구와 학교·학원 교사의 이름을 알고 지낼 때 행복 지수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