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를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최근 집중적으로 발견된 가운데 10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폐렴으로 서울시내 대형병원중환자실에 입원했던 8명의 환자 가운데 A(35·여)씨가 뇌출혈 증세로 이날 오전 사망했다.
임산부였던 A씨는 감기 증세로 지난달 8일 이 병원을 방문해 결핵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 측이 처방한 약을 먹고도 상태가 계속 악화하자 같은 달 11일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폐 섬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결국 입원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치료를 위해 태아를 강제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오자 환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 환자 가족은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환자는 물론 가족이 극도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 하루빨리 원인이 밝혀져 치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울먹였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은 산모들에게 집중된 괴 폐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통해 폐렴을 유발한 원인 확인에 나섰으며, 환자에게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 상태가 악화해 폐 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떼어낸 병리조직 검사도 병행하고 있으며, 사망 환자의 병리조직 검사를 위해 유족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병원 내에 조사위원회도 구성해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병원 측의 검사 결과 3명의 환자에게서는 감기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와 아데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폐 섬유화를 유발한 원인 병원체로 확정할 수 없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일단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오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는 8주 정도가 걸리는 만큼 폐렴을 유발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또 “그동안 검체 검사를 통해 나온 바이러스는 감기 환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었다.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문제의 바이러스가 과거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외국 논문에 따르면 산모 1천명당 폐렴환자가 1.51명가량 발생하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30%에 이른다”며 “이번 일로 산모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오명돈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환자 8명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왔고, 산모 이외의 면역 저하자에서 유사한 폐렴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환자 발생이 2~3월에 집중된 점으로 미뤄볼 때 이 질환이 급속히 전파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최근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모두 8명이며, 이 가운데 7명이 출산 전후의 여성이었다.
환자 가운데 2명은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 치료 중이며 1명은 퇴원했다. 또 이날 사망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아직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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