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왕따)을 받은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해 피해에서 벗어나더라도 계속 정신적 상처가 낫지 않고 우울과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학생의 분노나 스트레스 등이 치유되지 않고 쌓이면 성장 과정에서 이상 행동으로 폭발할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6일 고려대 교육학과 대학원의 권재기(박사과정 수료) 씨가 국내 초교 4학년생 2721명을 중학교 2학년까지 5년간 추적 조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종단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권씨에 따르면 이들은 ▷따돌림 경험이 거의 없었다(A계층ㆍ2628명) ▷초교 4∼6학년 때 왕따 당하다 중학교 입학 이후 피해가 없어졌다(B계층ㆍ33명) ▷5년 동안 꾸준히 따돌림을 당했다(C계층ㆍ60명) 등 3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이들이 5년 동안 우울과 분노, 공격성, 자살 충동 등을 얼마나 호소했는지를 설문 결과에 따라 분석한 결과 B계층의 학생들이 중학생이 되어도 정신적 상처가 A계층 수준으로 치유되지 않았다. 가령 불안의 경우, B계층은 이 증상의 전반적인 정도를 나타내는 계수가 초교 4학년 때 5.5 였고 중 1ㆍ2학년 때도 5.4였다. 같은 기간 A계층의 불안 계수는 4.9∼5 였고, C계층은 5.8∼6 사이였다.
자살 충동도 중 1ㆍ2 때 B계층의 계수가 6.3∼6.5로 A계층(5.3)보다 훨씬 높았다. 우울과 또래 스트레스, 분노, 공격성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권씨는 “따돌림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현재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통념을 실증적으로 반박한 점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며 “초교 때만 따돌림 경험이 있는 학생에게도 별도로 상담 등의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내 사회복지학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학술지인 ‘한국아동복지학’ 최근호(34호)에 발표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