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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인이 생선회에 소주 …‘숙성된 한국인’ 영주권 따다
17일 법무부가 유럽 출신 주한 외국 경제인 7명에게 영주권을 준 것은 ‘한국=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리기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7월 1일 잠정 발효되면 한국의 ‘경제영토’도 그만큼 커짐에 따라 유럽인들이 불편함없이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날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은 외국투자기업의 임원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꽤 엄격했던 기준에 융통성을 가미해 오너(고액투자자)가 아닌 샐러리맨에게도 영주권을 수여한 첫 사례인 셈이다.

그동안 외국인이 비즈니스와 관련해 영주권을 얻으려면 50만달러 이상을 국내에 투자하거나 첨단분야 과학자 등이어야 했다. 때문에 이제까지 영주권을 취득한 4만5475명(한국인의 배우자ㆍ화교 등 포함, 2010년 12월 현재) 가운데 고액투자자ㆍ우수인재에 해당해 영주권을 딴 사람은 69명에 불과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에 영주권을 받은 인물들은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다고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에 해당된 것”이라며 “한-EU FTA 발효와 함께 인적교류의 폭을 넓힌다는 의의가 있고 이들이 한국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7명의 면면을 보면 겉은 파란 눈의 외국인이지만 속은 ‘숙성된 한국인’이다.

독일 출신 프리드리히 스토킹어 트럼프코리아 한국지사 회장은 벌써 1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주한 독일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며 대 유럽과의 교역 증진에 큰 역할을 해왔다. 13년만에 영주권을 얻은 게 뒤늦은 감마저 있다. 홀거 뒈레 하팅코리아 한국지사장은 한국인 친구들과 생선회에 소주를 마시며 노래방도 즐겨찾는다. 부산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도 구사하는 친한파라고 한다. 역시 독일에서 온 코마스 가이어 벡터코리아 대표는 한국인 장모의 사위 사랑에 감명을 받아 국내 이주를 결정했고, 한국에 진출한 유럽기업과 한국정부 간 정보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패트릭 망지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총괄부사장도 한국인 부인과 함께 김밥을 싸서 북한산에 오르는 걸 즐기는 지한파로 통한다. 핀란드 출신 레오 아킬라 파이박스 대표는 한국이 겪은 1997년 IMF 금융위기의 아픔을 함께 이겨냈다. 당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회사를 지켜내 핀란드에서도 해외투자 성공사례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들은 영주권을 취득함에 따라 일정 기간마다 체류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덜게 됐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지자체장 선거권과 주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외국투자기업 임원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수인재와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을 포용하는 노력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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