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 라이프스타일
학생땐 말수 적은 평범한 모범생신문 꼭 챙기고 사회 전분야 관심
퇴근후엔 휴먼네트워크 다지기
일에 쫓겨 피곤한 하루 보내도
밤 늦게라도 헬스클럽서 꼭 운동
재계 3세들과도 끈끈한 친분
# 수년 전 한 도서관 사서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가 이건희 회장 집으로 초청을 받았다. 서재를 잘 꾸며달라는 것이었다. 독서마니아답게 이 회장 서재엔 고서를 비롯해 현대 경영에 관한 책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서재 곳곳에 이재용 사장 등 3남매의 개인 기록물들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일기장, 초등학교 교과서, 상장 등이 서재 한 켠을 꽉 채우고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버리지 말라”는 이 회장의 특명이 있었다고 한다. 책을 정리하는 데 도가 튼 그였지만, 일을 마치는 데 땀 깨나 흘렸다.
# ‘대학생’ 이재용이 한창 공부에 매달렸던 때다. 이 회장은 어느날 아들 얼굴이 부쩍 수척해져 있음을 발견하곤 한마디 툭 던졌다. “너무 공부에만 빠지지 말고 한 가지 이상 취미와 예능을 가져라.” 훗날 이 사장은 승마의 즐거움과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사람의 성품은 타고난 것이지만, 가풍(家風)과 어른들의 가르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창업주와 2세가 일군 터전을 더욱 빛내야 할 운명을 지닌 3세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이 사장의 성격은 분명 아버지인 이 회장의 영향을 받았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이 회장은 장차 삼성 미래를 짊어져야 할 장남에게 자기 인생을 관리하는 법과 자유로운 사고의 중요성을 심어주고 싶었던 듯 하다. 후계경영인으로 거쳐야 할 혹독한 수업과정에 대한 안쓰러움과, 평범한 사람이 누리지 못할 자유분방함을 미리 경험해 봤으면 하는 부정(父情)이 듬뿍 담겨 있어 보인다.
한국 대표기업 삼성가의 장남인 이 사장은 가장 주목받는 후계경영인이다. 지난달 헤럴드경제가 재창간 기획으로 대한상의와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후계경영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이 사장은 44.2%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1위에 올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곧바로 세상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다. 관심은 그만큼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간의 입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듯, 이 사장 라이프스타일은 철저히 베일 속에 쌓여 있다. 이 사장도 본인의 입으로 자신의 삶과 철학을 얘기한 적이 없다.
다만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1등, 초일류 삼성의 미래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야 할 운명을 지닌 이 사장도 범인들의 삶의 추구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깨에 짓누르는 숙명에 대한 부담감으로 ‘절제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이 사장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산다. 오전 6시 이전에 일어나 회사엔 8시 전후에 도착한다. 출근 후엔 꼭 신문을 챙긴다. 삼성 경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스크린 대상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의 그의 관심은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이 사장은 24시간 ‘스마트경영’에 매달린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그의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 이 사장은 국내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움트기 전부터 ‘블랙잭’을 사용해 왔다. 회사에서나 차를 이동할 때나 외국 출장 때 이 사장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누르며 경영상황을 점검한다. 스마트폰에 관한 한 ‘최고수’라는 말도 나온다.
갤럭시S 시리즈를 섭렵한 배경은 바로 ‘호기심’이다. 그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다. 이 사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궁금증을 못견디고 곧바로 매장에 달려가 소비자 반응을 체크한다. 사업차 들른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도 한 매장에 갔다가 마침 모 언론과 마주친 것은 유명한 사례가 됐다.
스마트폰은 그에게 있어서 할아버지인 이병철 창업주의 가르침과 무관치 않다. 메모광이었던 할아버지가 만년필로 빼곡히 경영 구상을 적었다면, 이를 지켜보며 커 온 이 사장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경영에 접목한다. 시대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본의 대표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올해 신년호에서 이 사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류스타처럼 잘 생겼고, 신기술에 무척 관심이 많으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공부한다.”
이재용 사장은 야구 마니아다. 경복고 재학 때부터 야구장을 자주 찾는 애호가였다. 이 사장은 프로야구 삼성 경기가 열리는 날 경기장을 즐겨 찾았으며, 2002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는 1차전과 5차전을 관람했다. |
이 사장은 삼성 후계경영자로 알려져 세간의 집중 관심을 받기 전엔 지극히 평범했다. 학교에선 말수가 적은 모범생이었다. 그러다 경복고 시절 학생회장을 맡아 리더십을 키울 기회를 가졌다. 이 사장의 한 대학 은사는 “유쾌한 심성을 지녔다”고 했고, 또 다른 은사는 “공부를 굉장히 잘했고 총명하고 학자형인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삼성전자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하지만, 이 사장은 3세들과 가끔 어울린다.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 절친이며, 삼성가인 이재현 CJ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4촌들과는 흉금을 터놓고 지낸다. 이들과는 어린 시절부터 어울렸고, 운동 모임에서 자주 만난다.
경영활동의 주요 수단인 ‘식사경영’도 적극적이다. 회사를 방문하는 귀빈들과는 삼성 본관 5층 VIP식당인 코퍼레이트 클럽에서 자주 오찬을 한다. 외부 약속이 있을 경우엔 조선호텔을 애용한다.
이 사장은 회사로 출근한 날이면 특별한 경우를 빼곤 오후 6시 전에 퇴근한다. ‘칼퇴근’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처럼 집으로 가지 않는다. 밤늦게까지 ‘인맥 네트워크’를 다지고 또 다진다. ‘경영 안테나’는 언제나 곧추세우고 있다.
한 임원은 “모 사장이 ‘밤 늦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도 급해 안 할 수 없는 보고를 스마트폰으로 한 적이 있는데, (이 사장으로부터) 몇 초도 안돼 답이 와 놀랐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삼성가 장남은 ‘스마트 24시’를 짊어지고 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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