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가 부품 공통화를 위한 협의체 설치에 합의했다. 지난 3월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 공급망이 무너져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닛산 스바루, 다이하츠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업체들마다 독자적인 부품을 사용하던 관행이 이번 지진으로 문제로 지적됐다.
공통화 작업이 이루어진 부품은 각 완성차 메이커가 자동차 모델에 관계 없이 공급받을 수 있는 사양이 된다.
이런 움직임은 일단 부품 간 기능의 차이가 적은 보급품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될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업계는 차별화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종마다 부품의 사양을 세세하게 구분해 왔기에 부품 조달업체들은 이러한 세세한 사양에 맞추기 위해 생산품목 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수익 압박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런 독자 부품 조달방식은 재난 재해 시 공급망을 차단해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 완성차 업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것이 일본 차업계의 자체 분석이다. 이런 단계적 부품 공통화는 재난 대비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의 수익 개선에도 큰 몫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각 사의 첨단 기술력의 집약체인 하이브리드 기술과 같은 친환경 핵심 기술력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단 시작은 자동차의 기본 구성이 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철강, 화학 등 관련 업종에서도 가세해 자동차 업계를 뛰어넘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산업성 등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이미 강재규격 등에 관해 공통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번 대지진 당시 스미토모 제철소가 피해를 당해 생산라인이 정지됐을 때도 자동차 업계는 신일본 제철 등에서 대체재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철강 업계 다음 단계로는 반도체 업계가 표준화 작업에 돌입한다. 이미 재해 발생 시 경쟁업체를 통한 생산 위탁 및 제품 공유 등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특별 조항 마련 중에 있다.
이번 부품 공통화작업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 또 다른 혁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지적돼 온 일본 자동차 산업의 폐쇄성이 이번 지진으로 표면화된 셈”이라며 “지진으로 인한 부품조달 애로로 지난 3, 4월 일본 자동차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절반이상 감소하며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 전개돼 산업꼐와 국가차원에서 체질 개선에 나선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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