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중국)=조문술 기자]“환경인증을 받지 않은 종이제품은 수출 자체가 힘듭니다. 선진국 수요업체들이 스펙으로 요구하는 게 FSC인증입니다.”
한솔제지가 세계 최대 종이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인쇄용지 업체들의 부상으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내줬던 한솔제지는 최근 들어 백판지 등 산업용지와 반도체포장용지 등 특수지를 중심으로 시장을 회복하는 중이다.
2000년 초반엔 한솔제지 전체 수출물량의 70%를 중국이 차지했으나 그 시기 중국 제지업체들이 인쇄용지 양산에 나서면서 한동안 고전했다. 그러나 2001년 2013억원이던 중국지사 매출액은 2009년 91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매년 7~ 8%씩 상승하고 있다.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한 뒤 내년에는 1100억원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은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으로 중국과 경쟁을 피하고,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ㆍ산림경영인증)을 획득해 제품을 차별화한 덕분이다.
중국에 인쇄를 발주하는 선진국 제조업체들은 종이의 품질은 물론 FSC인증을 공급조건으로 걸고 있다. FSC는 무분별한 벌목을 금지하기 위해 세계 산림관리협의회의 친환경 제품 확인 시스템. 이 인증을 받으면 기업 이미지 상승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지만 중국은 물론 선진국의 상당수 제지기업이 이 인증을 받지 못해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3일 선전에서 만난 김태수(37) 한솔제지 중국지점장은 “일단 FSC인증을 무기로 중국 인쇄업체를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이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다른 기술을 적용, 품질을 차별화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솔제지의 종이제품을 사용해 중국에서 생산한 인쇄물은 유럽과 북미, 호주 등 세계 5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완구업체나 유명 화장품업체 등은 한솔의 제품을 지정해 인쇄를 발주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솔제지의 FSC인증 용지는 영국 출판협회(PREPS)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경쟁사인 중국 최대 제지업체인 APP는 인증을 받지 못했으며, 대만 영펑여(永豊餘) 사만 인증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 모두가 FSC인증과 같은 환경관련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식품, 화장품, 완구류, 문구류 등의 완제품 포장지는 인체유해성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품질과 함께 환경인증이 선택기준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 종이 소비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전체 종이 생산량과 소비량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으며, 세계 제지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
김 지점장은 “중국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현지화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출 물량을 확보, 올해와 내년 두자릿수 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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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제지 중국 매출 추이
2001년 2013억원, 2009년 917억원, 2010년 975억원, 2011년 1053억원, 2012년 1161억원
*2011, 2012년은 전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