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가 지난 4월 26일 부당인출 수사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힐 때만 해도 ‘영업정지 정보 사전인출→VIP 예금주에 통보→대규모 예금 인출사태’에 연루된 인물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언론이 먼저 의혹을 보도하고 대통령도 관심을 가져‘판’이 커지자 뒤늦게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영업정지 전날 예금을 빼내간 사람을 모두 처벌할 수 있겠냐는 얘기와 함께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사전 인출된 예금 환수 조치에 관해서도 검찰 안팎에선 무리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기(轉機)는 수사 착수 보름(5월 11일)만에 찾아왔다. 금융감독원 직원에게서 금융당국의 부산저축은행 등의 영업정지 방침은 1월 25일에 세워졌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 검찰은 이에 부당인출 시점을 기존 2월 16일에서 1월 25일로 앞당기고 관련자 색출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이 때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선 대검 중수부 폐지안이 합의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김준규 검찰총장은 “저축은행 수사로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하라”(5월 30일), “저축은행 수사로 서민 피해 회복하겠다”(6월 6일)고 잇따라 발언하며 국민적 성원을 얻으려 했다.
최근엔 검·경 수사조정권 문제로 검찰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었지만, 지난 20일‘검찰 수사지휘권 유지·경찰 수사개시권 확보’로 결론나면서 검찰은 한 숨을 돌렸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된 검찰은 이제 더욱 날카로워진 칼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마무리된 당일, 중수부 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조재연(48·사법연수원 25기) 검사와 금융조세조사3부 이원석(42·27기) 검사 등 ‘특수통’을 포함해 5명의 검사를 합류시킨 것. 조·이 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발군’으로 평가받아 중수부가 정·관계 거물급 인사 조사와 비자금 수사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도 나와 결과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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