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0점은 넘은 것 같다. 70점, 80점, 100점을 향해 가는 것은 허 회장 몫이다.”(재계 관계자)
취임 4개월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대한 한 회원사 임원의 평가다.
허 회장은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얘기를 쏟아냈다. 모처럼 전경련 수장다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은 즉흥적 정책이라고 꼬집었고, 한나라당 일각에서 추진 중인 감세 철회 움직임에도 분명한 반대의사를 내놨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성 정책에 대해서는 재계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도 했다.
전경련 수장으로 취임하고도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아 몸을 너무 웅크리고, ‘무색무취’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였기에 이날 멘트는 특히 회원사(대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허 회장은 4개월 만에 분명히 달라졌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영국 신사’라는 닉네임 답게 각진 말을 잘 안하는 게 허 회장 스타일인데, 취임 4개월 동안 많은 얘기를 듣고 이제부터 ‘할 말은 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허 회장을 지켜본 회원사 관계자들은 아쉬움도 있다는 반응이다. 허 회장은 이날 “이명박정부의 비즈니스프렌들리는 변한 게 없다”고 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업계에선 모두 MB정부의 ‘기업친화’라는 초심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전경련 수장만 이를 거듭 부인한 것이다. 향후 정부에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허 회장의 고도의 전략적 멘트일 수도 있지만, 기업 심리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회장은 ‘기업 경영과 전경련 수장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기업은 이익이 존재해야 하고 주주들한테 인정받아 생존하는 게 목적인데, 재계단체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고 공통 목표를 달성키 위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수장으로서의 정체성에 생각이 많다는 뉘앙스가 엿보인다.
허 회장의 할일은 많아지면 많아졌지, 적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반성장, 중기적합업종과 관련한 대기업의 해법 도출과 거세게 밀려오는 표(票)퓰리즘에 대한 견제가 그의 몫이다.
취임 4개월동안 많은 고민을 해 온 허 회장이 나름대로 ‘전투력’을 장착한 듯 하지만 대기업에 밀려올 파도를 헤쳐나갈 더 큰 ‘파워’를 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