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나란히 출시된 그랜저와 모닝은 상반기 동안 각각 6만77대와 5만4527대가 판매됐다. 두 차량의 격차는 5450대였다.
결과만 보면 상반기 승자는 그랜저다. 신형 그랜저는 1월 6026대를 제외한 나머지 5개월 동안 매달 1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꾸준한 상승세를 감안하면 베스트셀링카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아반떼와도 충분히 수위 자리를 놓고 겨룰 수 있을 정도다. 2011년 상반기 최고 히트상품이라 할 만하다.
기아차 모닝도 만만치 않다. 모닝은 높아지는 연비에 대한 관심과 세컨드카를 보유하려는 열풍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록 그랜저에 5450대 가량 밀리며 올 신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출시가 빨랐던 그랜저는 1월 6026대가 팔렸다. 반면 모닝은 1810대 판매에 그쳤다. 출시가 늦어져 4200대 이상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만약 그랜저와 모닝 출시 순서가 바뀌었다면 그랜저가 4000대 이상 줄고 모닝은 4000대 이상 늘어나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순위는 역전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치만 감안하면 모닝은 그랜저에 졌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올 연말까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모닝이 그랜저를 누르고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경쟁차종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모닝의 경쟁상대는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가 유일하다. 더욱이 쉐보레 스파크는 지난해 신차가 출시돼 더 이상 변수가 되지 않는다. 올해 같은 경차로 분류될 CUV 기아차 큐(Kue)가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지만 시기가 연말이어서 당장 격돌할 가능성은 낮다.
반면 그랜저는 르노삼성이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뉴 SM7과 맞서야 한다. 르노삼성은 7월 중 뉴 SM7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어서 그랜저는 하반기 시작과 함께 새로운 경쟁자를 맞아야 한다.
내부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기아차는 올 9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K5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K5 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K7도 판촉에 본격 나설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K7은 생산량 한계 때문에 별다른 판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랜저는 외부 상대와 내부 상대를 동시에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굳이 유불리를 따지자면 별다른 변수가 없는 모닝이 한층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될 그랜저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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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