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장착된 속도계와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 내비게이션 등이 각각 다른 속도를 가리킨다면 과연 어떤 장치를 믿어야 할까.
도로교통공단의 이재훈 사고조사연구원은 최근 작성한 ‘차량속도계와 속도 측정용장비의 속도 차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신뢰할만한 제품이라는 전제로 내비게이션이 가장 정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량 속도계나 운행기록 장치는 실제속도보다 다소 높은 값을 출력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대구~마산 간 고속도로 17㎞ 구간과 대구~현풍 간 5번 국도 700m 구간에서 시내버스 차량을 이용해 차량의 속도계와 운행기록장치, 내비게이션(4개사 제품), 테이프스위치검지기 등의 속도 값을 비교ㆍ점검했다. 테이프스위치검지기는 교통단속장비 검지기 또는 교통관리시스템의 속도측정 오차를 분석하고 신뢰도를 검증하는데 활용되는 가장 정확한 속도검증장치다.
차량을 시속 70㎞와 80, 90, 100, 110㎞로 각각 30초 동안 주행하면서 각장치 간 기록 차를 비교한 결과, 테이프스위치검지기와 가장 가까운 값을 내놓은 것은 내비게이션이었다.
속도계는 내비게이션 평균값보다 시간당 6~8㎞ 더 높은 속도 값을 검출했다. 운행기록장치는 속도계와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차량 속도계가 시간당 70㎞를 가리키고 있을 때 내비게이션 평균 속도는 63㎞였으며 테이프스위치검지기는 63.38~63.46㎞를 나타냈다.
이 연구원은 “교통사고 조사 때 속도계나 운행기록장치에 근거한 분석 속도를 확정적 증거자료로 제시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체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분석 대상에 쓰인 내비게이션이 4개사 제품으로 한정된 만큼 ‘모든’ 내비게이션을 신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