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행정안전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장. 중소 영세상인들의 한맺힌 목소리를 담은 듯, 대형 유통업체들을 향한 질타와 추궁이 거셌다.
대형마트를 대표해 나온 임원들은, 자세는 공손했지만 그 이면에 첨예한 현안을 핑계만 대며 빠져나가려 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언급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못미더울 정도였다.
출석에서 부터 이들의 진정성이 아쉬웠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 업체들의 대표들이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제대로 출석한 이는 왕효석 홈플러스 대표 뿐이었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와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해외출장 일정을 핑계로 빠지고 대리인이 자리를 메웠다.
국감 위원들의 질의가 시작되면서 드러난 대형마트의 ‘법망 빠져나가기’ 역시 핑계로 일관하는 대형 유통업체의 모습이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A업체는 SSM 출점시 대형자본 비율을 51%로 규제하는 법망을 비웃듯 규제선에서 고작 2% 모자란 49% 자본비율로 가맹점 형태의 SSM 출점을 지속해 왔다.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업체를 인수해 가맹점포수를 늘리는 수완좋은 업체도 있었다.
대형마트 측 반론은 소박(?)했다. 가맹점 형태의 SSM출점은 영세상인인 가맹점주를 대기업이 키워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생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골목 상권의 다양성을 지켜오던 영세상인들이 대기업의 SSM 물결에 쓸려오는 과정에서 생계에 고통을 겪는다는 점은 간과하는 듯 했다.
현장의 모 한나라당 의원 지적처럼 숲이 사라지면 나무도 죽는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계속 골목 상권까지 휩쓰는 과점 경쟁에 치중한다면, 결국 시장 구조가 기형적인 형태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영규 기자 @morning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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