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은 왜 ‘목숨 걸고’ 환율 1200원선을 지키려 할까.
우리나라 주식ㆍ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달러-캐리 투자자금이 ‘환차손’을 우려해 짐 싸들고 떠날지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라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지난 23일 외환당국은 꽤 많은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부어 원화값 폭락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 마감 5분여를 남겨두고 원화 환율이 1194원까지 치솟자 당국은 달러 매물을 쏟아내 전날보다 13.8원 떨어진 1166.0원에 환율을 맞췄다. 1200원선이 위협받자 실탄을 써 방어했다는 얘기다.
2008년 9월 리먼사태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증시에서 주식을 순매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4월. 이후 외국인 투자가의 누적 주식 매입금액은 44조4000억원, 이 중 미국계 자금은 29조2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자금의 65.6%에 달한다.
이처럼 미국계 자금이 많았던 것은 0%에 가까운 미국의 금리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캐리트레이드’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캐리트레이드란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걸 말한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4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주식 평균 매입환율은 1207원으로,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 달러 캐리투자자금들은 환차손을 입게 된다”며 “특히 최근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온 채권시장마저 흔들리면 원화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14원 상승한 11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유동성 위험에 직면한 외국계 투자자금들이 달러화 마련을 위해 계속해서 원화 주식ㆍ채권 자산을 내다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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