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족’과 ‘엄마’라는 따뜻한 이미지를 두고 벌어지는 두 여성 주자 간의 패션 선점전(戰)이다. 이미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각각 ‘생활 특별시’, ‘엄마 서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사람중심’, ‘따뜻한 서울’이라는 비슷한 컨셉을 들고 나온 상태다.
출마선언이후 패션에서 가장 큰 파격을 보인 후보는 나 후보다. 평소 몸에 맞게 떨어지는 정장을 고수했던 나 의원은 최근의 현장행보에서 과감하게 정장자켓을 벗어던졌다. ‘탈보수, 친서민’콘셉트다.
지난 26일 가브리엘의 집 봉사활동 당시 나 후보는 흰 셔츠에 흰 바지, 회색 가디건 매치해 평소 나경원이 추구하던 세련되고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 엄마의 편안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재래시장이나 야외행사를 방문할 때도 정장 자켓 대신 캐주얼한 자켓을 선택해 ‘현장형 후보’로서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 여권 측 관계자는 “평소 정장만 입던 나 후보가 마라톤 셔츠를 입고, 빨간 앞치마를 맨 채 현장에 뛰어든 모습을 보면 시민들이 정치인 나경원에 대해 가졌던 벽을 좀 허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영선 후부는 최근 들어 밝은색 셔츠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원색의 강한 느낌보다는 쉽게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탈강성, 부드러운 이미지 심기’의 전략이다. 늘 따라다니던 남성적인 이미지 가운데, 전직 기자 출신의 전문적 이미지는 살리되 좀 더 여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지난 25일 열렸던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자리에서는 큰 리본이 달린 파란 블라우스를 선택했다. 파란색으로 차분하지만 강한 신념을 어필하고, 리본 장식을 통해 여성후보로서의 장점을 한껏 살렸다는 평가다.
박원순 야권시민 후보는 주로 노타이(No tie) 차림이다. 지난 27일 혁신과 통합 모임에도 검정 자켓 속에 하늘색 셔츠만 매치한 채 등장했다. 가끔은 자켓마저도 벗고 편안한 셔츠 차림으로 현장행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다소 정돈 되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팔 꿈치까지 걷어올린 셔츠에 정장바지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해도 될 정도다.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박 후보가 표현하자고 하는 것은 다름아닌 ‘진심과 현장성’이다. 박 후보 측은 시장 후보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꾸미지 않은 모습 아니냐라는 질문에 “꾸민다고 해서 시민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꾸미지 않은 평범한 모습으로 예전과 다르지 않은 박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mona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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