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위기와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부담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움직였다. 박 장관은 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이발을 하고 등장, “각오를 다지려고 이발을 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겠다며 굳은 결의를 드러냈다.
정부 경제부처가 주 1회 모여 중장기 정책과제를 논의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유럽 재정위기 심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급변동 등 대외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체제’로 전환한 뒤 처음 소집된 이날 회의는 박 장관의 이발 얘기로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관리대책회의는 이내 숙연한 분위기로 바뀌게 됐다.
박 장관은 ‘위기상황’, ‘엄중한 다짐’, ‘지나친 불안감’ ‘대외 불안요인’ 등 위기의식이 반영된 표현들로 긴장감을 촉구하며 “우리 몸에는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지나친 불안감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된다. 믿음만 있다면 약이 아니라도 병이 치료되는 플라세보 효과의 긍정적인 바이러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의 취약점과 위기대응 능력을 되돌아보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전환의 계기가 됐듯이 눈앞의 과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미래대비 과제를 논의하는데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평소 경제정책조정회의에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고 이날 장관급 참석자들은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있었으며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은 차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 단기 과제는 물론, 기존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다뤄온 중장기 정책과제에 대한 발굴도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계속해 나간다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two-track approach) 방침을 세우고 있다.
위기대응 논의과제로 정부는 ‘월 1회 이상 경제·금융·외환상황 점검과 대응방안 마련’, ‘글로벌 재정위기 진행상황, 주요국 경기둔화 가능성’, ‘수출입 및 원자재가격동향, 중소기업 자금동향’ 등을 선정했으며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 1회 수요일오전 8시에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박재완 장관은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된 만큼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중점을 뒀던 경제정책조정회의와 달리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 등 국내외 경제동향을 분야별로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위기대책을 만들 계획”이라며 “미래대비 과제 논의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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