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키로 사실상 결정이 됐다.
박 후보의 공식후보등록 예정일인 7일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은 상태지만, 민주당 입당에 부정적인 기존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결국 당적없이 출마하게 됐다.
박 후보는 결과적으로 본인 때문에 사퇴소동을 겪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6일 직접 방문해 입당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손 대표는 박 후보에게 “이번 선거에서는 나를 비롯해 온 민주당이 전적으로 몸을 바쳐서 지원할 것”이라며 “민주당 입당이라고 하는 형식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하시길 바라고 박 후보를 해방시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웃으며 “정말 해방된 느낌”이라고 화답한 뒤, 손 대표가 청한 악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전통야당으로서 그동안 역사에 공헌한 바가 크고 민주당이 중심이 돼 통합과 혁신을 이뤄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말 국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데 민주당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함께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의 입당 문제는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로 지난 한 달간 딜레마의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역대 보궐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을 감안, 정당의 조직 동원이 필수적이라는 실질적인 판단을 했지만 동시에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는 면에서 저울질을 이어가야 했다.
그야말로 한 달 동안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해왔던 박 후보가 최종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지난 3일 시민참여경선의 결과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참여율이 민주당 후보의 당원동원력에 버금가는 결과로 나타나면서 박 후보가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시민들의 자발참여만으로도 충분한 ‘실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박 후보 캠프의 송호창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 경선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유권자의 색다른 모습, 축제와 같은 경선을 통해 바람이 조직의 힘을 커버할 수 있는 반향을 일으켰다”며 “서울시민들의 새로운 변화를 확인한 만큼 조직적인 문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기호 9번을 달고 선거에 뛰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은 의석 순으로 1번부터 7번까지 고정 기호를 갖고 된다. 그리고 한국기독당의 정훈 총재도 금명간 후보등록 절차를 밟아 기호 8번을 받을 것으로 보여 박 후보는 그의 차순 번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훈 기독당 총재가 오늘내일 중으로 후보등록을 할 것으로 보여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으로 등록을 할 경우 현재로서는 기호 9번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